[글 써서 먹고 사는 삶] 4. 나는 나와 닮은 글을 쓴다

김신회
김신회 인증된 계정 · 전업작가. 개와 살며 글을 씁니다.
2024/04/08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어요?” 
글쓰기 수업을 진행할 때마다 듣는 질문이다. 이 질문의 번외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멋진 문장을 쓸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개성 있는 글로 독자를 유혹할 수 있.....’ 여기까지 하겠다. 
나는 해당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역으로 다시 질문한다. “선생님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적이 이어진다. 질문했는데 대답은커녕 질문이 되돌아오니 질문한 사람으로서 ‘잔빡(잔잔한 빡침)’이 올라오겠지만, 중요한 질문이라 안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과 닮은 글을 쓰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웃기는 걸 좋아했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웃기고 싶어 환장한 아이였다. 교실에서 쪽지나 교환 일기로 절친들의 배꼽을 빠트리는 걸로는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아 티브이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왜 저기서 저런 대사를 썼지? 이렇게 쓰면 더 웃겼을 텐데!’ 하며 아무도 시키지 않는 대본 수정까지 했다. 훗날 나는 TV 방송작가가 되었고, 방송 일을 하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일했다. 일하는 동안에도 웃기고 싶은 욕망이 드글드글했다. 개그맨들보다 내가 웃기다고 자부했다.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내 글에 대한 피드백 역시 ‘웃기다’이다. 나는 웃기고 싶은 욕망을 어떻게든 표현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글을 쓸 때도 독자가 한두 번은 꼭 웃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떻게든 개그를 친다. 하지만 이 개그가 사족이 될 때도 있고, 분위기에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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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간 에세이를 써왔으며 1인출판사 [여름사람]을 운영합니다. 지은 책으로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튼, 여름>, <나의 누수 일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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