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에서 가장 순수한 남자-아마추어의 레거시, 풍전의 에이스 남훈

soulandu
soulandu 인증된 계정 · 영상, 방송
2024/04/02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긴 사람은 강렬한 복수심에 사로잡힌다. 복수심은 칼날과 같아서 복수해야 할 대상이 명료할 때조차 쥐고 있는 사람에게도 상처를 입히기 마련이다. 분노해야 할 대상이 명료하지 않을 때는 더 큰 문제가 된다. 방향성을 잃은 복수심은 오히려 그가 지키고자 했던 것들을 망가뜨리고 마침내 스스로를 향하는 자기 파괴적인 결말을 예비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로만 채워져있지 않다. 좋은 감독과 동료들, 그리고 열렬한 응원으로도 바로잡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풍전이야기다.

농구는 언제 가장 즐거울까?


윤대협과 남훈은 이길 때라고 대답한다. 그 어떤 순간에도 페어플레이를 잊지 않는 윤대협과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남훈은 외견상 반대 지점에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의외로 둘은 매우 닮아있다. 겉보기에는 매우 차분해 보이지만 사실은 승리를 향한 집념과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농구 센스도 뛰어나고 팀 장악력도 강력해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동료들이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과정의 순수한 즐거움에 가장 강력하게 매료됐었던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승리에 대한 열망이 이글거리다 못해 라커룸을 사우나실로 만들어버리는 이정환이나 전국제패라는 꿈에 눌려 (평범한) 동료들로 하여금 과정 자체를 고통스러운 고행의 길로 인식하게 만들어버렸던 채치수와는 달리 두 사람 모두 경기 과정의 즐거움을 백 퍼센트 만끽하는 타입이다(남훈 흑화 전 기준). 최악으로 압박스러운 상황에서 팀의 기대를 어깨에 얹고 어떻게든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에이스라는 점에서도 두 사람은 매우 닮아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윤대협이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을 즐거운 농구를 더 즐겁게 만드는 스파크 중 하나로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면 남훈은 그 집념이 들불처럼 번지는 걸 막지 못해 결국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농구조차 집어삼킬 뻔했다.

윤대협은 슬램덩크에서 가장 프로에 가까운 멘탈을 보여주는 선수다. 그는 분명 집요하게...
soulandu
soulandu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soulandu
soulandu 인증된 계정
영상, 방송
PD로 일하고 있습니다. 영상이 지겨울 때 이것 저것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주로 정리용입니다.
41
팔로워 872
팔로잉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