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위스터스>에 담긴 접촉의 의미

홍수정 영화평론가
홍수정 영화평론가 인증된 계정 · 내 맘대로 쓸거야. 영화글.
2024/09/06
※ 'PD저널'에 기고한 글입니다.
영화 <트위스터스> 스틸컷
[PD저널 =홍수정 영화평론가] 여름 극장가를 겨냥한 재난 영화. 거대한 토네이도로 속까지 시원해지는 작품. 2021년 <미나리>를 연출했던 정이삭 감독의 후속작. <노멀 피플>로 주목받은 신예 '데이지 에드거존스' 주연. 이달 개봉한 <트위스터스>에 따라붙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모든 수식어를 동원해도 영화는 얼핏 평범한 재난물로 보인다. 스토리나 액션은 잘 짜여 있지만,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위스터스>를 두고 "보이는 게 전부인 납작한 작품"이라고 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영화는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끊임없이 어떤 말을 속삭인다. 내게는 이 속삭임이, 영화 속 시끌벅적한 재난보다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아래부터 <트위스터스>에 대한 스포일링이 포함돼 있으니 유의해 읽어주기를 바란다. 

'케이트(데이지 에드거존스)'는 어린 시절 멍하니 하늘을 쳐다볼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를 감각하기 좋아했다. 그러나 케이트는 대학 시절 토네이도를 조사하다 친구와 연인을 잃고 만다. 당시 남자친구 젭(대릴 매코맥)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를 온몸으로 감싸안으며 지켜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케이트에게 토네이도는 두 가지 의미를 띄게 된다. 경외하고 사랑하는 대상이자, 두려움의 근원.

5년 뒤 케이트는 옛 동료 하비(앤서니 라모스)와 만나 다시 토네이도를 추격하기로 결심한다. 이때 케이트가 오랜만에 공터에서 폭풍을 감지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녀는 민들레 홀씨와 손끝, 흩날리는 머리칼로 다가오는 토네이도를 느낀다. 그녀에게 날씨는 여전히 온몸으로 감각하는 사랑의 대상이다. 

그러던 중 케이트는 한 남자를 만난다. 바로 타일러(글렌 파월), '토네이도 카우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남자다. 타일러는 과거에 로데오 카우보이로 일하기도 했다. 로데오는 소 위에서 떨어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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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 영화잡지사에서 영화평론가로 등단. 영화, 시리즈, 유튜브.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씁니다. INF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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