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8. 넌 사형이야 과거(20. 05. 10.) 설민수 5
달콤한 하루의 연속이었다.
힘들게 공부해 들어온 직장에서 문제아 취급받으며 바닥을 치던 그의 자존감은 3하 근무를 서면서 단숨에 회복되었다.
내로라하는 고참들도 버거워하는 3동 하층을 신규 직원인 설민수가 완전히 장악한 것이니 말이다.
그토록 시끄럽던 3동 하층은 그의 근무 날이면 모범 사동 마냥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설민수는 이제 기계적으로 유상오 거실문을 열어 주었고, 그 역시 당연하다는 듯 담당실 문을 열고 들어가 깍듯이 인사를 하며 서슴없이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잘 잤어요?”
항상 경직되어 있던 설민수의 표정은 한결 자연스러워졌고, 목소리 역시 친근하기 그지없었다.
“네, 담당님 덕분에 잘 잤지요.”
둘은 그렇게 서로 안부 인사를 하고선 이런저런 얘기들로 한참을 떠들어 댔다.
“저, 그런데 담당님. 5실에 오상근이요.”
설민수는 수용동 현황판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오상근씨? 오상근씨는 왜요?”
유상오는 사뭇 진지하면서도 걱정스런 얼굴이었다.
“상근이형이 요즘 안 좋은 것 같아서요.”
오상근은 65세의 전과 12범의 수용자로 평생을 교도소에서 살아온 인물로 55세 때 살인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이후로 교정계 대표적인 문제수로 악명이 자자했지만, 유상오가 그를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최근에 이르러서는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왜요, 무슨 일이 있나요? 어디 아픈가?”
“뭐 몸이야 평생 징역만 살았는데, 어디 성한 대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유일하게 연락하던 여동생이 서신을 보냈는데 이제 힘드니까 그만 연락했으면 좋겠다. 뭐 그랬다네요.”
징역을 오래 사는 수용자들은 누구나 겪게 되는 가족에게 버려지는, 아니 수바리가 끊겨 버리는 가슴 아픈 상황이 오상근에게 닥친 것이다.
설민수는 경험이 없었기에 이런 경우에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더욱이 사회성이 부족한 그에겐 기본적인 리액션마저 기대할 수 없었다.
유상오는 그런 그를 예측이라도 한 듯 웃으며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