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오로지 처참한 참담함 뿐일지라도

flyingswan
flyingswan · 사적인 관점 (스포일러 주의)
2024/06/03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경철에게 약혼자를 잃은 수현은 그에게 복수를 행하기 시작한다. 그의 복수 방법은 아주 원초적이다. 국정원에서 일하는 그는 자신의 뛰어난 전투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철에게 육체적인 고통을 가하고 또 가한다. 그 과정에서 경철이 목숨을 잃거나 경찰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치료와 도주 경비를 지급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마치 자기 분이 풀릴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겠다는 듯 그를 잡았다가 놓아주고, 다시 잡았다가 놓아주길 반복하며 몇 번이고 그에게 고통을 가한다.
그가 복수를 행하는 장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주황빛 전구 조명 아래 밀림처럼 짙푸른 잎들로 가득 차 있는 비닐하우스 안에서의 첫 대결 장면에 이어, 그다지 화려할 만한 구석이 기대되지 않는 병원 창고에서의 복수 장면조차도 경철의 화려한 노란 티셔츠와 흰 꽃으로 가득한 푸른 커튼천이 그 색감을 더해준다. 고어무비에 버금갈 정도로 잔인하게 느껴지는 폭력적인 장면들에서 언제나 낭자하게 뿜어져나오는 경철의 붉은 피는 화면을 한층 더 화려하게 만들어준다. 화려한 화면과 함께 리듬 또한 빠르다. 냉철한 수현의 분노와 뜨거운 경철의 발악이 서로 부딪히며 장면은 빠른 리듬으로 쉴새없이 아드레날린을 뿜어낸다.
그러나 복수가 끝나고 나면 화면은 차갑게 식어버린다. 색감이 차분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 흐름 역시 김 샐 정도로 여유롭기 그지없다.
이러한 대비는 수현의 시점과 세상으로 한정하여보면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데, 이는 마치 약혼자를 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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