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음 말고.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2/29
-오늘 포크레인 고치러 기사가 올거야.
-몇 시에 오는데요?
-12시쯤.
-점심은?
-먹어야지.

으이그, 점심 먹고 오후에 와서 고치면 어디가 덧나나. 점심으로 뭘 차려 준단 말인가.

-반찬거리도 없는데...
-라면 끓여 줘. 라면에 밥 말아 먹음 되지.

남자들은 어쩜 저리 단순할까. 말을 참 쉽게도 한다. 마누라가 엄연히 집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라면을 끓여 준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냉동실을 뒤져본다. 비상용 닭 한팩이 모습을 드러낸다. 언제 넣어 둔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있다는게 그저 고맙다.

모든 준비는 10시부터 시작한다.
쌀을 씻어 안치고 닭이 녹는 사이 현관부터 거실 부엌도 깨끗이 청소한다.
잠시 움직여도 금방 깔끔해지는 걸 보며 일은 짧은 시간에도 참 많이 할 수 있구나 새삼 느낀다. 멍하니 티비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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