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해한 세상에 발 딛기
2023/01/31
영화 <아노말리사> 리뷰
고객 상담 서비스 분야의 권위자 ‘마이클 스톤’은 서비스 분야에 대한 연설을 위해 신시내티로 출장을 간다. 해당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썼고, 못 알아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성공한 인사이지만, 마이클에겐 남들에겐 말 못 할 번민이 있다. 그래서 연설 전날 도착한 프레골리 호텔에서 그는 감당하기 힘든 일상의 중압에서 벗어나고자 옛 연인을 만나보기도 한다. 그러던 중 같은 호텔에 묵고 있던 ‘리사’를 인지하며,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찰리 카우프만 감독의 2015년 작 <아노말리사>의 주인공 마이클은 사람을 구분하지 못한다. 마이클의 눈엔 모든 사람의 얼굴이 똑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목소리 역시 동일하게 인식된다. 그에게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 난생처음 보는 사람의 구별은 무용하다. 부인과 자식마저도 바깥에서 마주한다면 알아챌 도리가 없다. 마이클은 모든 사람을 알지만, 어떤 사람도 알지 못한다.
마이클 스톤 되기?
영화의 독특한 설정은 오랫동안 영혼과 육체, 무의식이라는 테마에 천착해 현실을 초월한 이야기를 풀어가던 감독의 전작들과 궤를 같이하는 듯하다. 특히 재기발랄하기 이를 데 없는 <존 말코비치 되기>(이하 <말코비치>) 같은 경우 영혼과 자아의 실체에 대해 고찰하는 한편, 외부적 신체가 존재를 확증하는 준거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 작품이다. 이 영화 <아노말리사>의 경우도 그러한 <말코비치>의 향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마이클이나 리사를 제외한 영화 속 인물들이 등장하는 그 많은 장면을 보고 존 말코비치의 얼굴로 도배된 <말코비치>의 포스터를 떠올리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아노말리사>는 <말코비치>와 형식 면에서 전혀 다른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일단 실사영화였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