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시대에 영어를 배워야 할까?

박산호
박산호 인증된 계정 · 번역가, 에세이스트, 소설가
2023/06/14

   
ChatGPT 시대에 영어를 굳이 배워야 할까? 이제는 각종 번역기에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한글로 넣으면 그럭저럭 쓸만한 영어로 번역되는 시대가 아닌가? 이런 시대에 굳이 힘들게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들여 영어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최근에 이런 질문을 받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하던 와중에, 한 흥미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며 나를 도와준 외국인(캐나다 출신) 친구이자 현재 한국의 A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 D가 이번 학기에 번역 수업을 개설해서 학생들에게 과제를 냈는데. 학생들이 제출한 답안을 채점하는 과정에서 조언을 들려달라는 부탁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D가 처음부터 학생들에게 과제를 번역할 때 번역기를 쓰도록 한 점이었다. D는 학생들을 네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마다 각기 다른 번역기를 쓰도록 했다. 학생들은 파파고, 구글, 디플, ChatGPT 프로그램을 써서 D가 제시한 텍스트를 번역한 다음, 그 결과물을 가지고 같은 조원들끼리 힘을 합쳐서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교정을 본 후 최종 리포트를 제출하는 과제였다. 



D는 그런 과정을 통해 제출된 학생들의 리포트를 내게 보여주면서 전문 번역가로서 이들의 번역 작업을 평가해달라고 했다. 나는 총 네 그룹의 번역을 볼 수 있었는데 아주 능숙하게 번역해서 감탄이 나오는 그룹이 있었던 반면, 그야말로 번역기에서 막 나온 문장을 그대로 올린 것처럼 어색한 비문투성이의 번역도 있었다. 나는 채점표에 나온 카테고리별로 점수를 매기고, 개별적인 코멘트도 달았다. 



학생들의 리포트를 읽으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아직은 인공지능 번역 프로그램이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번역 작업에 쓰인 텍스트는 D가 직접 쓴 책의 일부였는데. D는 아주 까다롭게 글을 쓰는 작가인 데...
박산호
박산호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우리 사회의 좀 특별한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일, 철학,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터뷰 시리즈. 한 권의 책이자 하나의 우주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전하겠습니다.
25
팔로워 600
팔로잉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