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뚜렷한 방향성 없이 이런저런 일을 했다. 이런 일들을 모아놓고 보니,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보여줄 만한 내용이 없어 고민이 많던 와중 어떠한 글을 보게 되었다.
홍콩성시대학교(City University of Hong Kong)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학과의 올리 타피오 레이노(Ollie Tapio Leino) 부학장은 2013년 “상호작용성에서 플레이가능성으로”라는 글을 학술지에 기고하였다. 이 글은 예술사학자 쇠케 딩클라(Söke Dinkla)가 제시한 인터액티브 아트의 예술사적 궤적을 고찰하며, 상호작용하는 예술작품이 놓친 지점을 디지털 게임으로 보완하고자 했다.
참여 예술과 인터액티브 아트는 관객이 예술가의 관점을 깨닫기 위해 열의를 투자해야만 완성된다. 관객의 개입이 필요한 수용 상황에서, 딩클라 평론가는 기술로 인해 관객과 작품의 관계를 “기계적인 방법”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그러한 관계를 매개하는 작가가 없어지게 된다고 해석하였다. 대화가 자동화되면서, 참여 예술은 인터액티브 아트로 전환된다.
관객의 개입이 필요한 것은 디지털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게임을 비평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시간을 들여 플레이하여, 수용 상황을 완성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액티브 아트와 다르게 디지털 게임에는 위기(Risk)가 존재한다. 실패의 가능성은 두 매체를 구분한다. 레이노 교수는 예술가 베른트 린터만(Bernd Lintermann)과 토르스텐 벨슈너(Torsten Belschner) 2007년 설치 미술 『Sono reMorphed』을 예시로 들며, 인터액티브 아트 작품의 관객은 “실패할 수 없다”고 비평한다. 입체 공간으로 투영되는 음향-시각적인 스펙타클은 ”작품 내적인 면보단 전시 상황의 사회적인 관계에 의해서만” 사용자로서의 행위를 평가받는다.
그에 비해, EA의 자회사 맥시즈(Maxis)에서 출시한 2000년 작 <심즈>는, 뚜렷한 승리 목표가 없는 샌드박스형 시뮬레이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실패할 가...
미처 인용하지 못했지만, 덧붙이는 글로나마 "수학적 루돌로지를 위한 도구"라는 논문을 쓴 폴 리긴스 박사와 데이비드 맥퍼슨 박사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 논문 때문에 "수학적 표현"에 대해 자꾸 공부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