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아룬다티] 몸의 고향
2024/04/05
소마틱스(somatics)에는 ‘몸의 고향’이라는 개념이 있다. 살면서 사람은 다양한 자세, 동작을 하게 되지만 각자 가장 익숙한 자세, 동작이 있어서, 긴급하게 심리적 ‘피신’을 해야 하거나 반대로 긴장이 늦춰져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면 자동으로 돌아가는 고유의 ‘몸 모양’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척추가 우측으로 휘었거나, 왼쪽 다리가 좀 더 짧거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가 있는 등, 고유의 몸 모양을 지니게 된다. 각자의 고향이 조각상처럼 몸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이것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교정’의 대상, ‘수술’의 대상이 되지만, 고유의 역사로 이루어진 예술작품으로 여길 수도 있다. 물론, 일상생활 영위에 지장이 있다면 조금 다듬어볼 필요가 있겠으나, 그런 경우조차도 예술작품으로서의 몸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며,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
어떤 이유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척추가 오른쪽으로 휜 것에는 그만한 사정이 다 있다. 척추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는 어떠한 물리적-심리적 상황에서 나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한 것이다. 그 노고를, 어쩌면 그가 맞았을 공포나 혹은 지루함을, 나는 감사히 여겨야 할 것이다. 그 감정의 상황을 다른 방식이 아닌 바로 그와 같은 방식 – 우측으로 휘는 – 으로 잘 맞아들이고, 나의 생이 감소하지 않게 에너지를 대신 흡수하고 어딘가로 방출해준 것에 대해 감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단지 ‘우측으로 00도 휘어서 00병원에서 0날 0시에 수술로 자르고 붙여 바로잡아 놓아야 할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와 같은 식으로 사람의 몸을 보는 관점을 ‘소마(soma)의 관점’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정은 굉장히 사적이며, 척추 당사자밖에 모른다. 그래서 소마의 관점은 1자적 관점일 수밖에 없다.
소마(soma): 개인이 내부에서 1자의 관점으로 인지한 몸. 나 자신...
'몸(soma 소마)'이 주체가 되는 치유안내, 예술창작을 합니다. '마음예술 프로젝트(비영리)' 대표로 '아티스트 무브먼트' 등 예술치유프로그램 진행, '파자마프렌즈(방송)', '러쉬코리아(유튜브)' 등 매체에 출연, 강의했습니다. '몸'의 글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