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문화 1 -반복의 미학 <짐노페디>와 일상성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08/23
   
에릭 사티 - 출처-위키백과
   에릭 사티(1866∼1925)의 피아노곡 <짐노페디>를 좋아한다. 감정만 바꾸어 반복되는 느리고 우아한 연주를 듣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유행의 흐름과 언제나 궤를 같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시간과 유행이 무관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너무 늦거나―늦었다는 표현이 가능하다면―, 너무 빨랐다는 발견이 그런 생각을 들게 만든다. 

   위대한 음악들도 시간을 느끼게 한다.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의 음악에도 시간이 들어 있다. 가만히 들어보면 음악이 탄생한 시대의 냄새와 호흡이 희미하게라도 느껴진다. 어쩌면 그들의 위대성은―악기들을 통해 드러나지만―시대의 냄새와 호흡을 포착하여 놀라운 음악으로 변환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888년 22살의 사티가 《3개의 짐노페디》란 제목으로 발표한 <짐노페디>는 놀랍도록 시간을 건너뛴 현대적인 감각을 드러낸다. 언제나 현재 속에 있는 느낌을 준다. 한번도 시간을 과거로 끌고 가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음악이 흐르는 것은 시간이 흐르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그 사실을 의심하게 만든다. 

왜 사티의 음악에서는 낡았다거나, 늙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것일까. 단지 짧기 때문에? 만약 그게 아니라면? 사티...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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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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