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장감 고발하는 실화소설 3화 - 괴상한 모임의 결론
2023/08/18
교장과 교감은 약속이라도 한 듯 손사래를 격렬하게 흔들며 동시에 외쳤다.
"아니아니아니!"
다급하게 반말로 외치는 걸 보니 진짜로 당사자인 원래 담임선생님은 모르게 추진되는 일이 확실하다는 촉이 왔다.
지식 씨는 그래도 교장감 선생님들을 믿고 싶었다. 그래. 출산휴가 후 3개월만에 복직하고 싶었던 선생님도 아이를 키우다보면 마음이 바뀌었을 수 있지. 담임이 쉬운 업무도 아니고.
그래서 강수를 던져보았는데 이렇게도 허무하게 속내를 드러내다니.
본인 모르게 이런 식으로 추진한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 구리지 않은가. 말 그대로 구릿구릿한 냄새가 진동하는 듯했다.
캡모자에 짧은 반바지 차림의 부회장 엄마는 이 난장 가운데서도 미동조차 없었다. 모자에 얼굴의 대부분이 가려졌음에도 얼른 나가고 싶어하는 기운이 감춰지지는 않았다.
지식 씨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학부모 의견을 바탕으로 결정하고 싶으신 거라면, 저는 빼 주십시오. 담임 교체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원래 선생님께서 좋은 일로 휴직하시는 것은 당연히 그러셔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고, 자리 비우신 사이 임시 담임교사가 계시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교장의 표정이 아예 제대로 구겨지고 있었다. 교감은 이미 구겨져서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하지만 원래 담임선생님께서 다시 돌아오신다고 본인 의사를 밝히셨는데 그분 의사와는 상관없이 또 새로운 담임을 맞이하는 건 아이들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담임 선생님이 일 년에 세 분이나 바뀌어야 할 타당한 이유가 과연 뭘까요?"
지식 씨는 이제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학기 초 총회 때부터 교감과 붙어서 세상 절친인 것처럼 나대던 유난해 여사.
반장이를 통해 들은 유난해 여사의 아들의 언행.
그 아이는 본인이 국제중을 갈 거라고 학급에서 득의양양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네가 아니라 내가 회장을 했었어야 했다"는 말을 겉으로 서슴지 않았다고 했었다.
각이 나온다. 교감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생기부와 추천서를 잘 써줄 수 있는 담임)을 앉히려고 뒤에서 공작질을 했다는 것이.
물론 영원히 진실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교장감이 이런 무리수를 두었을 리는 없다.
교장이 구겨진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며 손등을 학부모들 쪽으로 털며 말했다.
"다들... 나가요!"
부회장 엄마와 민망한 웃음을 나누며 교문 앞에서 헤어진 지식 씨는 다시금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혔다.
그렇게 담임을 바꾸고 싶으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할 것이지. 왜 임원 엄마들을 끌어들여?
물론 답은 뻔했다.
그들은 담임교체의 이유와 책임을 떠 넘기고 싶었을 것이다.
담임에게 "학급 엄마들 여론이 이렇다"는 몰아붙임으로 통보하려고 짠 시나리오일 것이다.
학교 선생님들을 존중하며 6년을 살아온 지식 씨가, 처음으로 학교 선생님(이라기보다는 교장감)한테 강력한 분노를 느꼈다.
그러나 뭐 어쩌겠나. 이러다가 개학하면 담임 바뀌었다는 말을 아들에게 들을 가능성은 여전했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되면 아는 기자 친구한테 얘기나 해 볼까... 얘기한다고 뭐 뾰족한 수가 있을까.
초/중/고 재학중인 삼남매를 키우며 화장품 유통 사업과 작은 연구소를 운영 중입니다. 강의와 글 생산 노동을 포기하지 못하여 프로N잡러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