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오후에 피천득

윤린
윤린 · 방송작가
2023/10/19
긴 시간을 혼자서 보낼 수 있는 사치. 사람으로 세상에 나온 이상 내만 알고 간다는 게, 희생 하나 없이, 아랫목괭이 같이 내 시간을 호로록 나만 들이켜다 간다는 게 얼마나 얌체 같은 짓일까... 순리를 거스리고 있다는 죄책감. 이렇게 살다가면 내가 자식이 뭔지 알까? 남자가 뭔지 알까? 배울 게 천지인 세상에서... 경험하지 않고 상상으로 쓰는 글은 겉멋에 들린 허튼 소리지요.
   
호젓한 오후. 호젓하게 책을 읽고 뭔가도 끄적거리고... 그렇게 혼자 즐거운 일들을 하며 보냅니다. 365일 중 270일은 혼자 생각하며 보내는 시간... 그렇게 언제나 호젓하지만 오늘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14층 아래 먼 거리에 비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이 시간이 좋아서 몇 자 적습니다.
   
1. 깊고 깊은 바다 속에 너의 아빠 누워 있네.
그의 뼈는 산호 되고 눈은 진주 되었네.
- 셰익스피어, 《태풍》 1막2장 <에어리얼의 노래>
산호와 진주는 나의 소원이었다. 그러나 산호와 진주는 바닷속 깊이깊이 거기에 있다. 파도는 언제나 거세고 바다 밑은 무섭다. 나는 수평선 멀리 나가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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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물든 열매 너댓 개 붙은 망개 가지를 구멍난 백립 갓전에 꽂고 길을 가던 환이. 얼음 밑에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서러운 길을 가던 환이와 같은 사람들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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