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척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7/31
어느무대에서든지
   
새벽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긴 합니다. 이 시간에 푸른 하늘을 보고 싶다는 건 너무 큰 욕심일지 모르지만, 기온은 이미 끈적한 하루를 예보하고 있어요.
   
불꽃놀이를 좋아했습니다. 크게는 올려다 본 어두운 하늘 아래 빛을 뿌리며 사라지는 불꽃, 성냥이 켜지기 전 부딪히며 서로에게 반응하는 불꽃까지.. 
   
동네로 들어오는 큰 길가에 천막집이 있었어요. 천막으로 지은 집이 아니라 천막을 만들어주는 가게였죠. 그 가게 앞엔 커다란 쇠 파이프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었어요. 
   
원형의 톱으로 대각선으로 잘라놓은 크기가 작은 파이프들을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민소매를 입고 턱수염이 아주 근사하게 자라있던 아저씨가 아주 기다란 산소통을 끌고 나와 손엔 두꺼운 장갑을 끼고 불꽃이 튀어도 상관없는 앞치마를 하고 있었죠. 그리고 쇠와 쇠를 연결하였어요.
   
맞닿아야 할 부분들을 손에 쥐고 있던 쇠 젓가락 같은 걸로 불꽃을 일으키면 절대로 붙어있을 일이 없는 쇠가 행복한 사람처럼 서로를 껴안았죠.
   
아저씨는 얼굴에 커다란 마스크를 하고 불꽃을 일으켰어요. 붉은 불꽃에서 파란 불꽃까지 그리고 저는 멀리서 지켜보던 관객에서 점점 더 앞으로 나가 용접 이라는 연극에 행인으로 등장해 아저씨는 급기야 위험하니 멀리 떨어지라는 호통을 들어야 했었죠.
   
그 불꽃을 보면 눈이 나빠지거나 눈병이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도 같아요. 눈이 나빠져도 눈병이 걸려도 그 불꽃이 너무 좋았습니다. 한번 보면 헤어 나오지 못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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