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가는길 ㅣ 실재와 부재 사이
2023/08/30
섣부른 단정
술자리에서 영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블라블라블라 ~ 듣고 있던 이는 예의상 장단에 맞춰 추임새를 넣기 마련. " 그러니까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구나..... " 섣부른 판단은 금물,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 듣고 있던 이는 다시 장단에 맞춰 추임새를 넣는다. " 아하, 그러니까 그 사람은 알고 보니 좋은 사람이라는 거지? " 나는 다시 경고한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니까. 듣고 있던 친구는 나중에 추임새 대신 시방새를 남발하고 만다. " 시바. 좋은 사람이라는 거야, 나쁜 사람이라는 거야 ? " 내 잘못이 아니다. 그 영화 속 캐릭터들은 선악의 구분이 애매모호할 뿐이다.
나애리와 이라이자
나애리와 이라이자
사람들은 선과 악이 분명한 영화를 좋아한다. 악인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니를 괴롭히는 나애리는 반드시 나쁜 기쥡애여야 하며, 캔디를 괴롭히는 이라이자는 반드시 쌍년이어야 한다. 그냥 쌍년 ? No ! 어마어마한 쌍년이어야 한다. 선과 악의 구별이 선명하면 : 관객은 전투태세를 갖춰 머리끄덩이라도 잡을 요량으로 팔을 걷어붙이고는 이내 스크린 찢고 안으로 돌진한다. 이라이자, 나와라잉. 꼴시러워 못 참것어. 이 바밤바 같은 년아. 내 비록 관객이지만 못 참것어.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관객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