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대선 정국을 뒤흔든 막장쇼 - 초원복국집 사건(1992)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2/28
사건이 알려지고 난 뒤 현장검증을 위해 초원복국집 앞으로 모여든 기자들과 정당관계자들. 출처-한겨레

안갯속 대선 정국
   
3자 대결구도로 치러진 14대 대선은 1992년 12월 18일 투표일 다 되도록 당선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안갯속 정국이었다.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와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가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현대그룹 총수였던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도 만만치 않은 기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군사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민주화로 이행해야 할 중요한 시대적 과제를 맡을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에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민주진영의 분열과 반목으로 독재정권의 후예인 노태우에게 아쉽게 패배한 지난 13대 대선의 뼈아픈 기억을 잊고, 민주 대한민국호의 첫 수장을 뽑는 야심찬 선거였다.
   
14대 대선은 겉으로만 보면 지난 30년 동안 독재 권력에 저항했던 민주진영 후보 두 명과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옹호하는 재벌 출신 민간 후보 한 명이 경쟁해 상당부분 민주화가 진전된 형태의 선거 상황으로 보인다. 민주화 투쟁 과정의 오랜 동지이자 필생의 라이벌이기도 했던 김영삼과 김대중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국민의 눈높이에 크게 어긋나지 않아 보였다. 누가 되더라도 이전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확신과 기대가 있었던 행복한 선거였던 셈이다. 
   
그러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거의 실상은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2파전으로 예상했던 선거 구도가 정주영 후보의 가세와 인권변호사 출신 박찬종 후보와 같은 군소후보의 봉기로 인해 다자전 양상으로 확장되면서 각 정당들은 분주하게 이익과 손해를 계산해야 했다. 게다가 어떻게든 차기 대통령이 꼭 되려는 욕심에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은 1990년 2월 이미 일찌감치 노태우 정권 하의 여당인 민주정의당과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한 뒤였다.
   
‘야합’과 ‘배신’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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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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