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좀 재미있게 볼 때마다 터지는 지뢰들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4/28

지극히 짧은 하루의 말미에 대체 어떻게 여가를 보내야 하는가 오만가지 고민을 해봐도 사람이란 편한 것을 찾기 마련이라 결국은 누워서 영상 콘텐츠를 보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플랫폼의 영상에서 도통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콘텐츠들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너무나 재미있어 도저히 끊을 수가 없을 정도는 아닌 정도로만 재미있을 것’이다. 콘텐츠가 몹시 재미있어서 멈출 수가 없을 지경이라면 참 멋진 일이긴 하지만, 뭐가 재미있거나 말거나 다음날을 향해 나 자신을 시위에 걸어야 하는 입장에선 오히려 감점 요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당히 재미있고 말고 이전에 훨씬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때도 있다는 것을 종종 실감하게 된다.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이 약간 불가사의할 정도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던 때, 나는 여기에 다소 거부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안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이것을 다 보았고, 이어서는 로맨틱 코미디인 갯마을 차차차’를 보았다. 갯마을 차차차 역시 소개부터 끌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뭘 볼까 고민하지 않고 보던 드라마를 바로 틀어서 보는 게 썩 편하다는 사실을 실감한 탓이었다.

감상부터 말하자면 둘 다 재미있고 볼 만한 작품이었다. 하루를 닫는 작품으로서 적합한가 하면 ‘지나치게’ 재미있었던 것 같지만, 이런저런 작품 내적 문제를 감수하고도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유행이라면 일단 싫어할 준비부터 하는 괴팍한 성격인데, 이건 따라갈 만도 한 유행이었다. 덕분에 한동안 깊은 밤은 즐겁고 기다릴 만한 시간이 되었으나…… 문제는 ‘작품 외적 문제’...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135
팔로워 23
팔로잉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