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게 사람
2023/08/20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게 사람
<그래도 인생 별 거 있다 –한시에서 찾은 삶의 위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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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하는 얘가가 있다.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것은 똑같다고. 힘 있는 놈들이 설치고 힘 없눈 놈들운 그 앞에서 빌빌 기다가 뒤에서는 팔뚝질하고, 대충 지렁이처럼 그러고 살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꿈틀거리고 그 꿈틀이 모이면 한 번 역사가 뒤집히고, 또 그 와중에서 연애할 사람은 연애하고, 가늘게 먹고 가늘게 쌀 이들은 눈치보며 살고, 그 와중에 횡재수나 횡액수에 걸린 사람 생겨나고, 그 와중에 아이들 낳고 기르다가 늙으면 세월의 빠름을 한탄하다가 묏자리를 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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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인생이라면 그 인생이 모인 것이 역사다. 역사의 교훈이라면 무슨 거대한 명제나 대의 같은 것이 아닐 것이다. 천년 전이건 오늘날이건 사람 사는 인생은 거기서 거긴데, ‘거기’와 ‘거기’ 사이의 차이를 줄이고, 그 가운데 놓인 모순을 극복하고, 그 경계에 쌓인 적대와 증오의 차이를 녹이고자 하는 노력의 성공과 실패 과정이 역사일 뿐이다. 그 파동이 크고 물마루와 물골의 간극이 엄청난지라 ‘격동’이라는 단어가 즐겨 쓰이기는 하지만, 그 격동 어간에는 또 고만고만한 인생들이 저마다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살다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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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책 <그래도 인생 별거 있다 – 한시에서 찾은 삶의 위로>를 읽으면 제목과는 정 반대의 느낌, 즉 그래 인생 별 거 없다! 싶은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이 책에서 유려하게 인용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한 시, 이규보, 이색, 서거정, 김시습, 정약용 등등 우리 귀에 익은 사람들부터 잘모르는 이들까지 천 년 세월의 지층에 남긴 크고 작은 화석같은 한시들을 읽으면 그저 이런 영탄이 나오는 것이다. “사람 사는 게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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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벼슬살이 하면서 문장을 다루는 대제학 자리를 23년 동안이나 차지했던 서거정이 중년에 이르러 마음을 튼 친구와의 교분을 찬미한 시를 읽는다. “세상 일은 어지러워 진짜와 가짜가 ...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