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잘 안 보이는 눈으로 대충 씁니다. 대충 쓰다 보니 원고에 빨간줄이 꽤 생겼지만 적당히 양해바래요. 

  다들 안녕, 저는 요즘 안녕하지 못한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인지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거든요.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고 값을 치르지 않고 나간다던가, 낮 밤을 구분하기 힘들어졌다던가, 요일이나 날짜를 기억하기 힘들어지고, 제가 방금 뭘 하려고 했던 건지 금방 잊어버렸다던지 그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어요.

  그래서 제 의료기록지를 다시 훑어보고 있는데 저는 제가 뇌경색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뇌경색 당시에 약간이지만 뇌출혈도 있었더라구요? 뇌출혈로 신경이 손상되었다는데 그래서 신경 손상이 계속되고 있나봐요. 듣기로는 뇌경색은 발병 당시 생긴 부작용이 끝이고, 뇌출혈은 부작용이 점차 늘어난다고 했거든요. 제가 아는 선배도 대학원 시절 뇌출혈을 앓아서 매년 추적검사를 한다고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겠죠. 

  이번에 문제가 된 건 제가 가게에서 물건을 집고 계산을 하지 않고 나가버린 일이에요. 물건을 찾고,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가야 하는데 중간 과정이 빠져버린 거죠. 솔직히 말해서 경찰이 오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 조사도 받았는데 엄청 무서웠어요. 다행히 제가 병이 있는 몸이라 큰 문제는 안될 거라고 하셨지만 물건을 계산하지 않고 나간 일이 여러 번이라 검찰 송치도 된다고 하고 점주님께 물건값 변상과 피해 보상 문제 때문에 번호도 드렸는데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아서 초조하기도 하네요.

  CCTV도 봐서 제가 그랬단 건 알겠는데 저는 여전히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이정도로 인지능력이 떨어졌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오빠는 결혼 준비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