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수다 | 여성 상주 되기
2023/09/25
프롤로그. 코로나로 누군가를 떠나보낸 당신에게
1화. 엄마의 죽음: 연유, 예감, 시간, 장소
2화. 엄마의 죽음: 준비, 시작, 보관, 기억
2-1화. 돌봄을 둘러싼 우정 그리고 작별 맞이하기
2-2화. 여성 상주 되기
3화. 엄마의 유품들: 엄마가 남긴 유품과 옛 기억
4화. 엄마의 유품들: 유품 속에서 찾은 ‘입양’ 단서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가까운 사람들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주보호자에서 유가족 대표가 된 나는 모든 기계장치와 주사바늘들을 걷어낸 후 흰 천에 감싸져 있는 엄마와 함께 시신 안치실로 향했다. 시신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반복되기 때문에 잠든 것처럼 보이는 엄마의 얼굴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비로소 엄마의 퇴원 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입원 수속 때는 퇴원 사유가 사망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순서를 기다리며 상조회사에 연락을 하고 장례식장을 잡았다. 비어있는 장례식장이 많지 않았다. 엄마의 죽음을 준비하며 추모관은 예약을 해놓았지만 장례식장을 미리 예약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병원은 서울 동쪽에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곳으로 정하는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어 장례식장은 서울 서쪽에 잡기로 했다. 다행히 원하는 장례식장에 비어있는 호실이 하나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행정 서류가 많이 필요하다. 장례식장과 병원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에는 서류를 떼러가기 마땅치 않으니 원활한 장례 진행을 위해 사망진단서 매수를 넉넉하게 받았다. 그런데 사망진단서를 받은 병원에서는 장례식장을 잡아줄 수 없다고 했다. 엄마의 사망진단서 사인에는 코로나19가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감염전파력이 없어져 격리해제가 된 지 네 달이 지났고 오랬동안 일반 중환자실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장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받아줄 수가 없다고 했다. 사정을 설명하자 격리해제 사실을 사망진단서에 기재해 다시 서류를 보내달라고 했다. 중환자실로 다시 올라가 관계자 호출벨을 눌렀다. 어머니를 받아주는 장례식장이 없으니 사망진단서를 다시 써달라고 요청했다. 의사의 확인을 기다리는 동안 간호사 한 분이 쭈뼛거리며 오시더니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음료수 한 병을 손에 쥐어주셨다. 눈물이 찔끔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