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맛보는 음식 기행1] 첫사랑을 닮은 이름, 난
2024/05/23
난
안상학
귓가에 쨍쨍 소리가 들리는 추운 날이면
난이 있는 밥상을 받고 싶어
안동 음식의 거리 낙원회관으로 간다
내장을 뺀 생태를 뼈째 난도질하여
무를 채 쳐서 고춧가루와 소금으로만 버무린
난이라는 이 반찬은 어릴 적 할매가 만들어주던 것으로
매큼하니 가끔 뼈가 씹히는 맛 그대로를
이 식당 아지매는 살릴 줄 안다
명태가 잡히지 않는 요즘에는 생대구를 쓰지만
첫사랑을 닮은 이름만큼은 그대로 난이어서
난- 하고 입속에 굴리면 그녀의 숨결 맛이 돈다
어매 없이 막 자랄 때 할매 밑에서 받아먹던
이 못난 반찬을 그때와는 달리 뼈까지 맛들이고 있는 중이다
국화를 넣어 빚은 막걸리를 곁들이면 더없이 좋은 안주도 되는
이 난이라는 반찬은 첫사랑만같이 나만 알고 싶어서
오늘도 혼자서 입맛을 다시며 찾아간다
-출전: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2014, 실천문학)
안상학 시인은 안동 사람...
시인으로 등단하여 <귀를 접다> 등 몇 권의 시집을 냈으며, 에세이와 르포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면서 국어사전을 볼 때마다 너무 많은 오류를 발견해서 그런 문제점을 비판한 책을 여러 권 썼다. 영화와 문학의 관계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