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포기할 수 없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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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포기할 수 없는 이야기들

영광의 시대에 대하여, 더 퍼스트 슬램덩크

박인하
박인하 인증된 계정 · 만화평론가, 만화연구자
2023/01/06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난 지금입니다."

2023년 1월 4일 개봉. 개봉 첫날 보려고 했지만 5일에 보았다. 영화관에 혼자 가기 어려워하는 중년남성이 딱 하루 고민하고 예약했다. 직장에서 멀티플렉스에 예약해 놓고 점심 시간을 이용했다. 혼자 극장에 들어간 것이 내 생애 몇 번이었을까를 헤아려보며 극장에 입장했다. 내 옆 자리에도 혼자 온 양복입은 남성, 그 옆에는 함께 온 남성...
극장을 찾기 전 만화책을 꺼내 복습했다.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북산의 전국대회 2회전, 디펜딩 챔피언인 산왕과 경기를 다룬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단행본 기준 25권-31권이 산왕전이다. (정확히 산왕전은 26권부터 시작된다.)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산왕전을 위해 25권을 투자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슬램덩크'의 모든 명언과 짤은 산왕전에서 나온다. 기존 스포츠 만화가 보여주는 만화적 과장('거인의 별' 같은 야구만화에서 보여주는 물리법칙을 무시한 어마어마한 기술들) 하나 없이 정확한 근육의 움직임과 농구 기술을 다섯 권이라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할애해 담아낸다. 고작 한 경기를!! 

'슬램덩크' 이전 한국의 스포츠만화는 스포츠 그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스포츠를 통해 개인의 욕망을 해소하려는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오혜성은 엄지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했고,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야구를 했다. 오혜성의 야구에 그래도 개인의 욕망에 충실했다 하지만, 그 전 세대는 민족적 아픔을 만화에 녹였다. 주로 재일교포가 주인공으로 민족적 설움을 스포츠에 녹였다. 이상무의 '한국인', 거슬러 올라가면 박기정의 '도전자'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슬램덩크'는 달랐다. '슬램덩크'의 명대사 중 하나를 보자.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강백호)

얼핏 채소연에게 강백호가 고백하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박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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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한국만화, 일본만화, 웹툰, 그래픽노블 등)를 좋아합니다. 보고,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2020년부터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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