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2/11/03
제가 다녔던 중학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학교였지요.  거기에 걸맞게 교정에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답니다.
가을이면 온 학교가 노란빛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루었어요.
아마 이맘 때 쯤이었겠지요.
은행잎이 우수수 바람에 흩날리는 게 마치 눈이 오는 것 처럼 환상적으로  아름다웠어요.
2층 교실 창 밖으로 흩날리는 은행잎을 보며 애들은
우와~~  하면서 일제히 고개를 돌려 탄성을 질러댔죠.
판서를 하시던 연세 지긋한 영어선생님은 뒤를 돌아보시며 조용히 햇!  하고 소리치셨어요.
애들은 말했죠  선생님, 너무 예뻐요 한 번 보셔요! 눈 오는 것 같아요!
조용히 하라니깐!!    한 번만 보셔요.  한 번 만요~~
선생님은 끝끝내 창밖으로 시선을 주지 않으신 채 수업을 진행하셨습니다.
지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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