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홈 보육사 일기 <옆집 할아버지의 연극>
2022/06/02
그룹홈 아이들과 함께 사는 빌라는 LH 공공임대주택이다. 공공기관인 LH에서 취약 계층에게 시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빌려주는 집이다 보니, 아이들이 사는 그룹홈 말고는 거의 독거노인들이 살고 있다. TV가 고장이 나거나 낯선 고지서가 날아올 때마다 도와달라고 찾아오는 2층 할아버지, 오전 11시쯤이 되면 까무잡잡한 개를 데리고 산책 다니는 3층 할머니, 새벽마다 기침을 하는 3층 할아버지, 그리고 옆집 할아버지가 가장 익숙한 이웃이다.
2층 할아버지는 대문을 열어놓고 생활하는 날이 잦았다. 그러면 몇 년은 묵은 군내 같은 것이 건물을 가득 채우고는 했다. 3층 할머니는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김치찌개나 생선조림 냄새는 가끔씩 났지만, 바짝 졸인 그 된장 냄새는 거의 매일 올라왔다. 옆집 할아버지는 대문을 닫아놓고 지냈다. 그런데도 철로 된 대문을 뚫고 퀴퀴한 냄새 같은 것이 새어 나오고는 했다. 그 냄새가 한 번씩 강하게 퍼져서 우리집까지 파고들어 오는 날에는, 아이들이 코를 틀어막고 방향제를 뿌리면서 법석을 떨었다. 그럴 때마다 이모들은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는 했다. “야! 너희 방이나 좀 치워라.”
옆집이 비었을 때마다 복지관에서 반찬을 가지고 온 사회복지사가 우리집 벨을 눌러 할아버지의 안부를 묻고는 했다. 옆집 할아버지는 독거노인으로 등록된 분인 것 같았다. 사회복지사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날은 아마도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에 입원한 날이 아닐까 혼자 짐작해 보기도 했다. 몸을 구부정하게 해서 천천히 걷는다던가, 안색이 어두운 것을 보아서는 어딘가 깊은 질병을 앓고 있는 것도 같았으니까. 그러나 늘 검은 모자를 눌러써서 그런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