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실리 내 친구 그레이스

Coreana7
Coreana7 · 세상인들 관찰하며 배우는 한국인
2022/03/25
난 시실리에 산다.
남편의 고향이다.
아파트에 사는데 한국식으로 말하면 9세대 연립 다가구의 건물이다. 재작년 이 아파트에 이사왔을 때 아랫층 여자가 인사를 건냈다. 이름이 그레이스 ..라고 했다. 이탈리아 이름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녀는 곧 자기가 호주 어머니와 이탈리아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가족 배경을 말해줬다. 그녀의 이름은  이탈리아어 바꾸면 ..'그라(rrrrr)찌에다. 하지만 그녀는 그라찌에가...아니라 그레이스라고 세 번 강조했다.
보통 이탈리아 여자들은 아웃과의 대화를 아파트 구조 안쪽의 빨래를 너는 테라짜(발코니)에서 주로 한다.

로마에 살 땐 테라스에 빨래 건조대 위에 빨래를 널었는데 시실리에 이사와 보니 테라스에 건조대를 놓고 쓸 수도 있었는데 테라 난간 바깥쪽으로 툭 튀어난 빨랫 줄들이 있었다. 시누이 집에서 사용해봤지만 한국인 나에겐 약간 서커스 외줄 타기처럼 긴장해야 하는 새로운 삶의 체험이다. 잘못하면  떨어뜨린다. 빨래집게나 작은 양말..을 떨어뜨릴 수 있다. 난 어렸을 때 외국영화에서 이런 높은 아파트의  빨래 줄에 큰 이불이나 베드 시트..뭐 큰 식탁보를 너는 여자 주인공이 멋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살면 기분이 어떨까..호기심도 생기고 부러웠다. 빨랫줄에 집게로 고정되어 바람에 살랑살랑 움직이는 축 밑으로 늘어진 베드 시트가 낭만적이라고 느꼈다.

근데 막상 이  삶이 나에게 닥치니 이탈리아 여자들이 능력자로 느껴졌다. 당연히 난 여러 번 빨래집게들을 떨어뜨렸다..양말도...속옷까지...나중에 알고 보니 양말과 속옷은 테라스의 건조대에 보통 말리는 것을 다른 여자들의 테라스를 보며 알았다. 실수 할 때 마다 아랫층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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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시실리에 살며 음악활동과 교육쪽 일하는 한국 사람. 특히 한국인이 타국에서 생존하는 능력에 관심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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