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이난희.여성사회연구
이난희.여성사회연구 · 작가, 번역가,연구자
2023/02/04
장미

엄마에게 가는 길가에,
빨간 송이 송이 말없이 피어난 장미
서늘한 바람 속에
초록잎은 무성하게 흔들리고

젊은 엄마 얼굴처럼 예쁜,
어릴 적 뛰놀던 마당에서 본
하얗고 빨간 꽃들을 닮은 장미

수백번 수천번 지나온
장미가 반겨주는 길
 
아픈 엄마에게 가던 길
슬픈 엄마에게 가던 길
평화로운 엄마에게 가던 길
이제 엄마의 나이가 된 나는
초록잎 무성하고
빨간 송이 송이 장미가 반겨주는
정다운 이 길을 
다시 간다

머리가 희어진 엄마에게 
가는 이 길
등이 굽은 엄마가
가던 이 길...
서늘한 바람 불어와
나무잎들이 싱그러운 그늘을 드리우는 
장미의 길...
머리가 희어진 나는 간다.
초록잎 마르고 떨어지며
빨간 장미 흙빛으로 죽고 잊혀져도
나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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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커피 한잔, 여성신학 한스푼,”“방구석 여행가들의 일상 이야기가 궁금하니?(공저)” 등의 책을 썼습니다. “기독교는 식사에서 시작되었다(공역),” “뚱뚱한 예수(공역)” 등을 번역했습니다. 영자신문 ‘코리아 타임즈’에 비정기로 글을 기고합니다. 여성신학 박사로 강의를 했고, 여성, 사회, 문화에 대한 다양한 한글 및 영어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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