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ㅣ 키덜트의 탄생
2023/08/18
한때 극장 간판을 그리셨던 아버지는 알랭 들롱의 조각 같은 외모가 " 키치ㅡ " 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간파하셨던 듯하다. 그러니까 알랭 들롱의 외모는 고귀한 혈통에서 오는, 기품이나 품위에서 발광하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던 것이다. 주말마다 개봉 영화가 바뀌는 바람에 붓을 놀릴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없으셨던 아버지는 배우의 얼굴을 그까이꺼 대충 그리셨다. 그 아무리 빛나는 외모라 해도 아버지의 붓 터치를 한번 거치면 어김없이 싼티나는 얼굴로 재창조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알랑 들롱의 저 반듯하고 아름다운 콧등을 제라르 드 빠르디유의 주먹코로 만드시고는 만족하셨다. 7일째 영화 간판을 완성했으니 보기에 좋았어라. 닮았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닮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는 극장 간판 속 배우의 외모는 평범한 외모로 살아가야 하는 많은 서민들에게 위로를 주었다. 그 얼굴이나 이 얼굴이나 그 ...
@ 몇몇 고위급 관계자들만 모인 시사회는 말 그대로 절망이었다고 하더군요. 너무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모두 다 한숨 푹푹 쉬었는데 이게 대박이 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죠. 한편으로는 영화인들이 대중의 니즈를 간파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까이꺼 대충'이 먹히는 시대에 대한 간파라...멋집니다. 1800년대 초반쯤 프랑스 신문에 만평이라는 게 등장하는데, 이게 대중에게 정교한 이미지로 보이던 그림들과는 달라서 어쩌면 '그까이 꺼 대충'의 탄생의 기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놀랍도록 '그까이꺼'의 존재를 대중이 정확하게 알아먹었던 거지요. 범람하는 '그까이꺼 대충'의 시대를 사는 법에 대해 대충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