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의당은 왜 사과를 하는 걸까?
2024/04/05
녹색정의당이 무릎을 꿇은 걸 두고 적어도 내 SNS 계정에서는 온갖 얘기들이 오갔다. 대체로 비판자들은 조롱하고, 지지자들은 못마땅해 하는 듯하다. 인상비평을 하자면 '모호하다'는 느낌이다. 뭘 잘못했다는건지, 누구에게 사과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허공에 매달려 가닿지 못한 메시지를 두고 여기저기서 한두 마디씩 덧붙이고 있다. 비판자는 자신이 옳았다는 확신만 얻을 뿐이며, 지지자들은 맥이 풀리는 이 사과를 왜 계속 하는걸까? 전부터 김준우 대표든 김찬휘 대표든 좀더 강하게 내질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럴 생각은 없는 듯하다. 아무래도 내부 사정을 모르니 어떤 근거에 기초해서 이런 의사결정이 도출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뜬금없고 모호하다.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볼 때 녹색정의당은 관심의 바깥에 있다. 모르는 사람이 와서 갑자기 사과를 하면 수용보다는 되려 반발이 먼저 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왜 저러지?"라는 반발감을 들게 할거라면 안하느니만 못하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궁금한 건 도대체 이 사과가 누구를 위한 것이며, 도대체 왜 사과를 하냐는 것이다. 비판자들 말처럼 0.7%의 표차로 윤석열이 당선되는데 '기여'한 걸 사과하는건가? 왜 사과하는가? 세계관이 다른 정당이 후보를 내고 평가를 받는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무슨 권리로 뭐라 하는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아직 세력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1980년대적 세계관에서 허우적거리는 정신지체들의 흰소리에 부화뇌동할 필요가 없다. 다행히 이런 이유로 사과하는 건 아닌 듯하다. 그러면 뭘 사과하겠다는건가? 누구한테 한다는건가? 사과의 방향성이 모호하니 가닿지를 않는다.
내가 보기에 사과를 해야 된다면 노회찬-심상정이 2010년대부터 추구했던 민주당과의 연대를 전제로 한 선거제도 개혁이 위성정당의 난립으로 실패하였던 것을 비판적으로 복기하는 과정에서 해야 된다. 지지자들에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연대하여 선거제도의 개혁을 꾀하고...
그리고 내가 궁금한 건 도대체 이 사과가 누구를 위한 것이며, 도대체 왜 사과를 하냐는 것이다. 비판자들 말처럼 0.7%의 표차로 윤석열이 당선되는데 '기여'한 걸 사과하는건가? 왜 사과하는가? 세계관이 다른 정당이 후보를 내고 평가를 받는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무슨 권리로 뭐라 하는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아직 세력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1980년대적 세계관에서 허우적거리는 정신지체들의 흰소리에 부화뇌동할 필요가 없다. 다행히 이런 이유로 사과하는 건 아닌 듯하다. 그러면 뭘 사과하겠다는건가? 누구한테 한다는건가? 사과의 방향성이 모호하니 가닿지를 않는다.
내가 보기에 사과를 해야 된다면 노회찬-심상정이 2010년대부터 추구했던 민주당과의 연대를 전제로 한 선거제도 개혁이 위성정당의 난립으로 실패하였던 것을 비판적으로 복기하는 과정에서 해야 된다. 지지자들에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연대하여 선거제도의 개혁을 꾀하고...
@라인란트 네, 저도 선생님께서 그걸 모르실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런 느낌을 받으시게 만든 것 자체가 선전의 실패이겠습니다. 내부에서도 문제의식을 느끼는 분들이 계신데 워낙에 좀 힘든 상황이다보니.. 조금 너그럽게 봐줄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ㅎㅎ 이런 걸 유권자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한계이겠습니다만..ㅠ
@혁명읽는사람 넵. 저 또한 녹색정의당이 내부적으로 "대파값은 안 중요하고 기후위기가 중요해"라는 식의 얄팍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거나 카드뉴스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 거라고 봅니다. 다만 사전정보 없이 저 카드뉴스만 딱 봤을 때 그런 인상을 받기가 너무 쉽다는 게 제 생각이었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문제를 삼자면 저 캠페인의 전제가 된 '물가와 기후위기는 불가분이다'를 녹색정의당 내부에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걸 생략하고 무작정 '눈에 확 띄는 문구'를 질러버리는 바람에 저런 결과물이 나온 것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교수님 화법'으로 거론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박사학위까지 딴 전문가 입장에서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이야기를 다 생략하고 본론만 전개하는 바람에 학부생 입장에서는 물음표만 뜨는 설명이 나온다는 건데, 개인적으로 요즘 녹색정의당 내지는 (한 덩어리는 아니지만) 진보 언론 등에서 내는 메시지를 보면 그런 느낌을 살짝 받아서 한 이야기였습니다.
@라인란트 저도 녹색정의당 당원이 아닙니다ㅎㅎ 그리고 캐스팅보트를 쥐는 것 자체는 별 의미가 없겠고 원하는 방향성이 무엇인가가 덧붙여져야 의미있을 것이기에 딱히 개혁신당을 지지하리라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국혁신당을 지지한다고 하면 그럴 수 있겠지요. 선생님처럼 "그래, 그런 일을 하는 정당도 필요하지"로 버텨온 게 지난 10년이라 봅니다. 그렇기에 지난 10년처럼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 하나 있어야 된다고 하고, 저렇게 절하며 읍소하는 게 아예 무의미하다 보지는 않아요. 어느정도 돌아올 사람도 있는 것 같고요. 하지만 정당이라는 건 어느 시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나 합니다. 이런 정당도 필요하지 않나요, 라고 하는 건 양당제적 대립이 격화되는 구도를 돌파하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오히려 이 양당제를 저쪽으로 끌고 가겠다는 어떤 '패기'가 더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이네요.
그리고 대파보다 "핵심은 대파값이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는 말은 그 대파 하나에만 집중하지 말고 그 너머에 있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것이겠지요. 대파값이라는 먹고 사는 문제가 불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시게 만든 것 자체가 선전의 실패라 볼 수 있겠지만 민생을 버리고 기후위기를 택했다는 식의 양자택일적 해석에는 동의가 잘 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녹색정의당과 기후위기 문제로 대담회를 해본 입장이라 그런 건 아니라고 봅니다. 아래에 간담회 요약본을 올려봅니다. 요약본이라 생략이 너무 많아 맥락을 정확하게 짚기 어려운 지점도 있지만 그래도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https://www.esckorea.org/notice/?idx=19256812&bmode=view
표 주지도 않아놓고 남의 당 일에 훈수를 두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봉쇄조항 3% 돌파가 현실적 목표인 상황에서는 '캐스팅 보트를 쥔 제3지대'처럼 행동하기보다는(그런 걸 원하는 사람은 개혁신당 찍지 녹색정의당 안 찍겠죠.) 차라리 녹색정의당이 잘할 수 있는 것(노동이라든가)에 집중하는 쪽이 '그래도 진보정당이 국회에 필요하긴 하지' 하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끌어모을 수 있는 길 아닐까 싶습니다. 딱히 신념형 좌파가 아니라도 이런 이야기 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저 또한 마음 한 켠에는 이런 생각이 있습니다.
이번에 녹색정의당 캠페인을 보면 그 아이템으로 '기후위기'를 고른 모양이긴 한데, 물론 중요하고 시급한 의제입니다만 이걸 녹색정의당이 유권자에게 와닿게 홍보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인상은 받기 어렵습니다. 가령 얼마 전에 공식 SNS에 "핵심은 대파값이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는 카드뉴스 올려놓은 거 보고 기겁을 했는데, 대파값은 단순한 여의도의 정쟁 소재가 아니라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와 직접 연관된 사안인데 거기다 대고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기후위기가 중요해"를 질러버리면 사람들이 그걸 보고 '아, 기후위기가 중요하구나' 할까요, '얘들은 민생에는 관심없고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네' 할까요?
@라인란트 네, 저도 선생님께서 그걸 모르실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런 느낌을 받으시게 만든 것 자체가 선전의 실패이겠습니다. 내부에서도 문제의식을 느끼는 분들이 계신데 워낙에 좀 힘든 상황이다보니.. 조금 너그럽게 봐줄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ㅎㅎ 이런 걸 유권자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한계이겠습니다만..ㅠ
표 주지도 않아놓고 남의 당 일에 훈수를 두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봉쇄조항 3% 돌파가 현실적 목표인 상황에서는 '캐스팅 보트를 쥔 제3지대'처럼 행동하기보다는(그런 걸 원하는 사람은 개혁신당 찍지 녹색정의당 안 찍겠죠.) 차라리 녹색정의당이 잘할 수 있는 것(노동이라든가)에 집중하는 쪽이 '그래도 진보정당이 국회에 필요하긴 하지' 하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끌어모을 수 있는 길 아닐까 싶습니다. 딱히 신념형 좌파가 아니라도 이런 이야기 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저 또한 마음 한 켠에는 이런 생각이 있습니다.
이번에 녹색정의당 캠페인을 보면 그 아이템으로 '기후위기'를 고른 모양이긴 한데, 물론 중요하고 시급한 의제입니다만 이걸 녹색정의당이 유권자에게 와닿게 홍보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인상은 받기 어렵습니다. 가령 얼마 전에 공식 SNS에 "핵심은 대파값이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는 카드뉴스 올려놓은 거 보고 기겁을 했는데, 대파값은 단순한 여의도의 정쟁 소재가 아니라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와 직접 연관된 사안인데 거기다 대고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기후위기가 중요해"를 질러버리면 사람들이 그걸 보고 '아, 기후위기가 중요하구나' 할까요, '얘들은 민생에는 관심없고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네'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