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루 반의 시간> : 딸을 만나기 위해 아내를 인질로 잡은 남자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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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보건소를 찾는다. 아내 루이스(알마 포이스티 분)를 찾고 있다는 이 남자는 개인적인 용무로는 지금 당장 그녀를 만날 수 없다는 직원의 말에 격분하며 가방에서 총을 꺼내 든다. 센터 전체를 두려움과 혼란에 빠뜨린 뒤, 아내를 찾아내자마자 지금 아이가 어디 있냐고 다그치는 남자. 이 문제에 경찰이 개입해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자 급기야 아내를 인질로 삼고 함께 죽어버리겠다며 대치하기에 이른다. 그의 이름은 아르탄(알렉세이 만벨로프 분), 어떻게든 딸과 만나겠다는 마음 하나로 지금 이 상황을 벌이고 말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 <하루 반의 시간>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내를 인질로 삼은 채로 제목 그대로 하루 반의 시간을 보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스웨덴 영화로 평소에는 많이 접하기 힘들기에 다소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로 여겨질 법도 하지만, 영화 전체의 작법만큼은 우리가 그동안 만나왔던 이야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의 중심에 놓여 있는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식과 이야기의 서스펜스를 형성하는 방식에서 신선한 접근이 눈에 띄는데 이는 오히려 작품의 전형성을 탈피하는 쪽에서 도움이 된다.
영화는 상황을 제압하기 위한 특수 기동대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3시간가량이 남은 상황에서 인질을 붙잡고 있는 아르탄을 진정시키기 위해 경찰 루카스(페레스 파라스 분)가 투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인질극이 시작된 이후로는 추가적인 사건의 개입 없이 인물의 대화를 통해서만 진행되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세 사람의 만남으로 인해 이를 가능하게 할 준비가 모두 끝나게 된다. 아내를 인질로 삼고 있는 남자의 요구는 단 하나. 가족과 함께 다른 나라로 무사히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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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루이스를 인질로 삼고 있는 ...
[이력]
영화 칼럼 <넘버링 무비> 정기 연재
부산국제영화제 Press 참가 ('17, '18, '19, 22')
19'-20' 청주방송 CJB '11시엔 OST' 고정게스트 (매주 목요일, 감독 인사이드)
한겨레 교육, 창원 시청 등 영화 관련 강의 및 클래스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