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비건] 안전한 쾌락

양민영
양민영 · 작가
2024/06/07
‘시끄러운 클럽 보단 산에 가고파. 세 들어 사는 것도 지겨워 집을 사고파.’
다이나믹듀오가 부른 ‘고백’이라는 곡의 가사다. 이들은 자신을 ‘다 커버린 원숭이들’이라고 칭하는데 다이나믹듀오는 1980년에 태어난 원숭이띠 남성 두 명으로 구성된 그룹이고 이 곡을 발표하던 2008년에는 26살이었다. 고작 26살이라니, ‘얘들아, 아직 멀었다’는 구세대스러운 충고가 절로 튀어나오지만 자극을 그만 쫓고 정착하고 싶다는 가사에 공감한다. 
나도 한 가지 고백하자면 현대인의 고질병인 도파민 중독을 은은하게 앓고 있다. 도파민 중독자의 취미인 주짓수를 거의 매일하고 한겨울에도 찬물로 샤워하는 걸로도 모자라서 끊임없이 자극을 추구한다. 비건이 되고 곤란한 점은 음식으로는 자극을 쫓을 수 없다는 거다. 
무엇을 먹어도 심심하다. 채식은 어쩔 수 없이 맛이 심심하다. 가장 자극적으로 조리한 채식마저도 심심하다.  아무래도 채소만으로는 고기나 생선에 포함된 감칠맛과 지방의 맛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일 것이다. 
또 한 가지 곤란한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위기감을 느낀다는 거다. 채식으로 건강을 추구하면서도 한쪽에서는 ‘너무 건강하게 사는 게 아닌가’ 하고 불안해 한다. 건강하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원래 사람이 좋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다. 적당히 해로운 것과 가벼운 일탈로 억압된 감정을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주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그런데 채식을 하고부터 삶이 확연하게 단조롭고 조용해졌다. 우선 술이 사라졌다. 술은 끊은 건 아니지만 결정적인 말 실수로 소원해진 친구처럼 술과 서먹해졌다. 그렇게 좋아하던 와인을 마실 일이 현저히 줄어서 가끔 맥주나 마신다. 확실히 나에게 술이란 기름진 음식을 먹기 위한 부스터이며 알코올과 기름 섭취의 순환 없이는 좀처럼 술맛이 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자발적인 고립도 잦아졌다. 이제는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대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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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비건, 초보 복서이고 본업은 작가입니다. 페미니즘 에세이 '운동하는 여자'를 썼고 한겨레 주말 ESC, 오마이뉴스, 여성신문에 페미니즘과 운동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고 생동감 있는 삶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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