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성이란 무엇인가
2024/03/12
드디어 장교와 마주보는 위치에 있게 되었다. 장교는 군복이 꽤 잘 어울리는 마른 체격의 키가 큰 사람이었다. 그 말쑥함에 대비되어 오랜 여행에 지친 우리의 몰골이 더욱 초라해 보였다. 그는 왼손으로 오른쪽 팔꿈치를 받친 채 무심하고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른손을 들고 집게손가락으로 아주 느리게 오른쪽 혹은 왼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 중에 손가락으로 왼쪽 혹은 오른쪽(대개는 왼쪽이지만)을 가리키는 이 행동의 이면에 어떤 무서운 의미가 깔려 있는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누군가가 내게 귓속말로 오른쪽은 작업실 행이고, 왼쪽은 병자나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가는 특별 수용소 행이라고 알려 주었다. 나는 일이 돌아가는 대로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오른손을 들고 집게손가락으로 아주 느리게 오른쪽 혹은 왼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 중에 손가락으로 왼쪽 혹은 오른쪽(대개는 왼쪽이지만)을 가리키는 이 행동의 이면에 어떤 무서운 의미가 깔려 있는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누군가가 내게 귓속말로 오른쪽은 작업실 행이고, 왼쪽은 병자나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가는 특별 수용소 행이라고 알려 주었다. 나는 일이 돌아가는 대로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