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성이란 무엇인가

이호준
이호준 · 공감 소통하고 싶습니다
2024/03/12
드디어 장교와 마주보는 위치에 있게 되었다. 장교는 군복이 꽤 잘 어울리는 마른 체격의 키가 큰 사람이었다. 그 말쑥함에 대비되어 오랜 여행에 지친 우리의 몰골이 더욱 초라해 보였다. 그는 왼손으로 오른쪽 팔꿈치를 받친 채 무심하고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른손을 들고 집게손가락으로 아주 느리게 오른쪽 혹은 왼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 중에 손가락으로 왼쪽 혹은 오른쪽(대개는 왼쪽이지만)을 가리키는 이 행동의 이면에 어떤 무서운 의미가 깔려 있는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누군가가 내게 귓속말로 오른쪽은 작업실 행이고, 왼쪽은 병자나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가는 특별 수용소 행이라고 알려 주었다. 나는 일이 돌아가는 대로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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