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10/12
사진 출처 : Unsplash

하룻밤 새에 ‘사고’에서 ‘참사’로 헤드라인이 바뀌었다. 뉴스로 송출된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머리를 굴렸지만 좀체 이 난리 통이 이해되지 않았다. 처음엔 대형 화재가 나서 황급히 출구를 찾던 시민들이 좁은 길목에서 동선이 꼬이는 바람에 사고가 난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붕괴된 백화점도, 난파된 배도, 추락한 비행기도 없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압사 당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미치도록 참담한 광경을 설명할 언어를 찾지 못해 말문이 막혔다. 신경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TV 시청을 자제하라고 당부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비상식적인 일을 목도하고서 평범하게 살아갈 자신이 없었고, 참사의 실마리를 단 한 줄이라도 찾아야 정신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틀 내내 선잠을 자며 눈만 뜨면 습관처럼 뉴스를 확인했다. 제발 사상자가 늘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지만, 금일 기준 희생자는 156명으로 증가했고, 부상자 가운데 40명은 입원해있으며, 111명은 상태가 호전되어 집으로 귀가했다. 죽음과의 사투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그 안도감은 이내 무너졌다. 합동 분향소에 모인 유가족들이 절규 섞인 울음을 토해냈다. 생때같은 자식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를, 젊은 날을 함께한 죽마고우를, 사랑하는 배우자를, 생의 버팀목이었던 부모를 이리 허망하게 떠나보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감히 그 눈물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어 명치끝이 뻐근해졌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록 숨은 멎었으나 영혼이 살아 있어야 저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가 담긴 문장으로, 종결 어미에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장 낮은 자세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나는 턱 밑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 흔하디흔한 말 한마디로 슬픔을 토로하고 나면, 이 일을 전부 잊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정신을 가다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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