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노리는 공포영화 속 악마에 대한 몇 가지 가설들.

악당출현
악당출현 · 영화라는 프리즘으로 악당을 요리조리.
2022/12/13
토브 후퍼 · 1982 · <폴터가이스트>
오컬트 영화에는 몇 가지 클리셰들이 등장한다. 악마들이 수천 년간 이어진 봉인을 부수고 세계로 풀려난다. 악마를 막기 위해 소수의 사제들은 구마의식을 준비한다. 까마귀나 검은 개와 같은 악마의 상징들이 주변에 나타난다. 초자연적인 공포 속에서 과학이나 논리학은 철저히 부정된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불가항력적인 공포에 시달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악마들은 아이들의 신체를 노린다. 연약하고, 불안한 어린이를 사냥한다.
악마의 손아귀에 넘어간 아이들은 수많은 영화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컬트 영화의 새 지평을 연 <엑소시스트>에서는 고작 12살밖에 되지 않은 리건이 귀신에 들리고 만다. <폴터가이스트>에서는 악령이 어린 막내딸에게 접근해 온갖 이상현상을 일으킨다. <인시디어스>는 악령에게 빼앗긴 아들을 되찾기 위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사투를 보여주며, <유전>은 아들에게 강림하는 대악마 파이몬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오멘>은 악마에게 아이가 신체를 강탈 당하는 이야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아예 아이로 태어난 악마를 그린다.
한국 영화라고 해서 그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약한 아이와 청소년은 언제나 악마들의 희생양이다. <검은사제들>에 등장하는 마르베스는 여고생 영신의 몸에 빙의한다. <곡성>은 시골 경찰 전종구의 딸 효진이가 귀신에 들리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다룬다. <폰>에서는 주인공 친구인 호정의 딸 영주에게 귀신이 들리는 사건이 등장하며, <사바하>의 주인공 금화는 자신의 다리를 뜯어 먹으며 태어난 '그것'과 함께 살아간다. 이처럼 악령과 귀신은 늘 어린이들을 탐하려 한다. 그들은 좀처럼 완전한 성인남녀를 노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눈에 번뜩이는 사냥감은 오직 오롯이 성장하지 못한 어린이들뿐이다.
세상를 파괴하려는 악마의 음흉한 목적을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선택이다. 왜 하필 성장도 채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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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출현」은 영화 속 악당을 통해서 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들을 장식하는 다양한 악인을 바라보며 과연 삶 속에서 악이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지켜보고자 합니다. 악의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는 악당의 서사를 뒤에서 찬찬히 따라가면서 그들의 면면을 요리조리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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