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무선생
율무선생 · 사회는 빛과 그림자의 산물이다
2023/02/09
저도 부모님과는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아빠나 동생과는 잘 지내기에 '가족' 이라 묶기엔 애매한 감이 있어요. 저와 엄마는 사주로도 안 맞을 정도 정반대의 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며칠 전 마지막 통화로 본가에 가는 일이 더욱 싫어졌습니다. 엄마의 걱정이라는 변명은 자식의 자존감을 깎아내리기 수월하였는데, 엄마는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걱정이라는 이유로 하는 말들은 참 독설적입니다.

<우리 모녀, 안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 "네 나이 00살인데 내가 내 친구들 앞에서 자식 자랑 할게 없어! 그래놓고 뭘 알아서 하겠다고 말해!"
  • "어릴때 널 칭찬하지 않았던 이유는 넌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야"
  • "살가운 딸이 되면 안되겠니? 여자애가 하나뿐인 가족한테 왜이리 냉소적이야?"
  • "내가 너한테 해준게 얼만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박하게 굴 수 있어?"
  • "너한테 들인 값은 네 동생한테 들인 값이랑 비슷한데 넌 왜 자꾸 옛날 얘기를 꺼내니?"
  • "네가 10대때 사교육 없이 학교 다닌게 그렇게 억울하니? 그건 네가 성적이 안 되니까 학원 다닐 값어치도 없어서 그랬어. 네 남동생은 학원다닐 가치가 있었고!"
  • "너 회사다녀서도 그렇게 부모 말 하나하나 담아내듯 계속 감정적이게 살려고? 그런걸 보고 사회생활 못한다고 하는거야."
  • "내가 널 그냥 때렸겠니? 네가 말 안 들어서 때렸지. 난 사과할 생각 없어."
  • "내가 사과하면 넌 받아줄거니? 미안하다? 이제 된거지?"

이젠 이런 말을 들어도 정말이지 아무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위와 같은 엄마의 레파토리 중 가장 가벼운 말들을 적어보니 '픽' 하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초등학생땐 엉엉 울었더랬습니다. 저런 류의 말을 들으면 마음이 속상해지고 손발이 차가워지면서 배가 아팠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엄마에게 '엄마가 그런 말을 해서 속상해' 라는 애교스럽고 진심인 담겨있는 아이로서의 글조차 써내리지 못했습니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부모님은 서로 싸우셨고, 다시 저를 대상으로 폭언을 쏟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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