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책을 읽다 보면 뜨끔할 때가 많습니다. 책 속의 단어나 문장의 선택이 신중하지 못할 때도 많고요, 전래동화의 경우 시대착오적인 내용이 매우 많습니다. 오랫동안 뿌리 깊게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편견이나, 차별 사상이 그대로 이야기 속에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전래동화는 다 그렇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합니다. 몇 가지 책으로 예를 들어볼게요.   

왕비는 날마다 거울에게 묻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지? 이런 행동을 왕비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자체가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있으니까요. 백설공주는 왕비보다 더 예쁘다는 이유로 쫒겨나고, 킬러에게 살인 당할 위기에 처합니다. 이후 간신히 살아나 일곱 난쟁이의 집에 무단침입합니다. 난쟁이들은 공주가 예쁘다며 같이 살기로 하죠. 난쟁이가 일하러 간 사이 노인으로 변장한 왕비가 찾아와 공주에게 독이 든 사과를 먹입니다. 웬만한 막장 드라마보다 잔인한 설정이죠. 독 든 사과를 먹고 쓰러진 백설공주를 살리는 건 지나가던 왕자입니다. 왕자는 첫눈에 공주에게 반합니다. 역시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남성의 모습이죠. 게다가 아무리 죽은 사람이라 해도 마음대로 입을 맞춥니다. 동의 없는 일방적인 성추행이죠. 공주는 살아나자마자 왕자와 결혼을 합니다. 사랑 없는 결혼을 왕자라고 바로 해버립니다. 여자는 결혼만 하면, 그게 왕자라면 당연히 행복하다는 결말에 이르고 있습니다.

   

잭은 우연히 얻게 된 콩을 심고 하늘까지 높게 자란 콩 줄기를 타고 올라갑니다. 거기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이 삽니다. 거인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해서 우리가 욕을 할 수 있을까요. 사자가 사슴을 잡아 먹는다고 해서 욕할 수는 없습니다. 육식동물의 당연한 먹이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속 거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