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홍범도 일지'... 그가 걸은 가시밭길[황광우의 역사산책20] 부인 자결, 아들의 죽음, 강제 이주까지... 꺾이지 않은 독립의 꿈(오마이뉴스 황광우 23.09.09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9/09
다시 읽는 '홍범도 일지'... 그가 걸은 가시밭길
[황광우의 역사산책20] 부인 자결, 아들의 죽음, 강제 이주까지... 꺾이지 않은 독립의 꿈
오마이뉴스 황광우 23.09.09 
   
어수선합니다. 머나먼 이국에 묻힌 지 8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뒤늦게 조국으로 모셔온 것도 부끄러운 일이었는데, 되먹지 못한 후손들이 장군의 이름을 먹칠하고 있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김좌진 장군은 알아도 홍범도 장군은 참 모르고 살았습니다. 홍범도 장군은 포수로, 농부로, 금광 노동자로, 도망자로 살았습니다. 봉오동 전투의 주역이었으나 분단과 냉전의 그늘에 가리어져 있었습니다.
홍범도 장군은 70세 즈음에 일지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장군의 평안도 사투리는 읽기 힘들었습니다. 홍범도 연보의 도움을 받아 홍범도 일지를 다시 작성합니다. 홍범도 장군이 걸어간 가시밭길, 그 한 자락이라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홍범도 일지

1868년 나는 평양 서문(西門)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태어난 지 칠 일만에 죽고 동냥 젖을 먹으면서 아버지 품에서 자랐습니다. 아홉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였습니다.
열다섯 살 때 나팔수로 군인 생활을 하였습니다. 군대에서 사고를 치고 황해도 수안으로 도피하였습니다. 종이 만드는 지소(紙所)에서 3년간 제지(製紙)노동자로 일하였습니다. 악랄한 지소 주인이 임금을 체불하길래 주인을 때려 죽이고 산골로 숨었습니다.
이름을 바꾸고 금강산에서 중노릇을 하였습니다. 여승을 만나 함께 도망하였습니다. 강원도 회양 먹패장골에 들어가 사격연습을 하였습니다. 청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무고한 백성들을 살해하는 것을 보았고,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듣고 산골에서 나왔습니다.
1895년 강원도에서 김수협과 의기투합하여 의병을 조직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일본놈들이 멘 총을 보니 과연 욕심이 나서 못 견디겠습디다. 김수협과 함께 일본군을 습격하고 총을 빼앗았습니다. 의병을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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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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