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는 사회학자의 태도

전업교양인
전업교양인 · 생계를 전폐하고 전업으로 교양에 힘씀
2024/03/23
후루이치 노리코시, 『그러니까 이것이 사회학이군요』(이소담 역, 코난북스, 2017)에서 만난 이야기


고전을 읽는 이유

후루이치 ─새삼스럽게 묻습니다. 마르크스 같은 고전을 읽고 공부하는 의미는 뭘까요?
오구마 ─ 이론이나 수법은 관용구(idiom) 같은 것입니다. 기본 발상을 응용하려고 할 때 아주 좋은 예시가 되죠. 일단 사용하면 당장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만 반복하면 마치 자동 장치처럼 똑같은 것밖에 할 수 없죠. 
그러니까 이론 자체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봐야 합니다. 그러려면 고전의 근원이 되는 고전을 읽고, 다른 사람들이 고전을 어떻게 응용했는지 비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플라톤이 위대하니까 읽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플라톤을 일종의 종교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위대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를 바탕으로 삼아 ‘이런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저런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겠다’라고 하면서 응용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그런 다양한 응용법을 알면 자신도 다른 응용법을 쓸 수 있게 되죠.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태를 ‘센스’라고 부릅니다.
─ 후루이치 노리코시, 『그러니까 이것이 사회학이군요』(이소담 역, 코난북스, 2017)

후루이치 노리코시의 이 책(원제는 "후루이치 군, 사회학을 다시 공부하세요!"에 가깝다)은 『희망난민』을 쓴 후 유명해져서 미디어에 자주 출현하는 '사회학자' 후루이치가 여러 분야의 12명의 사회학자를 만나 '사회학이란 무엇인가'를 놓고 나눈 대화를 모은 것이다. 후루이치 노리코시는 석사 학위 밖에 없기 때문에 스스로 사회학자라는 명찰이 어색하다고 하면서도 본인이 사회학자라는 이름으로 얻는 유명세를 이용해 (물론 그 유명세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꽤 제대로 된 사회학 교양서를 만들어 냈다. 대담 상대인 사회학자들은 다들 말을 잘 하고, 그들의 얘기는 평이하면서도 핵심을 찌른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지적 풍토의 변화에 대해서 꽤 흥미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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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아야 할 건 무엇인지 고민하다 자기 한 몸 추스리는 법을 잊어버린 가상의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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