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분단 55년 만에 이룩한 남북한 정상회담의 쾌거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4/21
6·15 공동선언-분단 55년 만에 이룩한 남북한 정상회담의 쾌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아카이브 원고)
   
   
글 박선욱
   

2000년 6월 13일 오전 9시, 김대중 대통령 일행을 태운 공군 1호기가 성남 서울비행장을 출발했다. 공군 1호기는 9시 45분에 북위 38도선을 넘어 북한 영공으로 진입했다. 백령도가 오른편 옆구리 쪽으로 내려다보였고, 그 위쪽으로 북한 장산곶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북한 땅이 엷은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보였다. 오전 10시 27분, 비행기가 평양 순안공항을 선회하며 활주로 위에 사뿐히 착륙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참으로 가까운 거리였다. 그때, 일행 가운데 누군가가 외쳤다.
“김정일 위원장이 보인다!”
비행기 창문 밖에는, 선글라스를 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갈색 인민복 차림으로 서 있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대중 대통령의 표정은 고요했다. 초청국의 국가 원수가 공항에 나와 영접을 하지 않는 것은 통상적인 외교 관례였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외교 관례를 깨고 김대중 대통령을 마중 나온 것이다. 공군 1호기에서 내린 김 대통령이 마중 나온 김 위원장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힘들고 두려운, 무서운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김 위원장이 걸어오며 인사를 건넸다. 남북한 7천만 겨레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두 정상이 두 손을 굳게 맞잡았다. 역사적인 악수였다. 두 정상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 했다.
베일 속에 가려진 김정일 위원장은 연장자인 김 대통령에 대한 배려도 자상했다. 그동안 알려져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활달한 모습이었다. 이 모습이 남쪽 텔레비전 화면에 여과 없이 방영되었다. 남한 주민들에게 풍부한 표현으로 거침없이 말하는 북한 지도자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의장대 사열을 마친 두 정상은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했다. 회담은 다음날로 예정돼 있었다. 6월 14일 오후 3시, 분단 55년 만에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렸다. 오후 5시 30분경에 잠깐 쉰 것 말고는 팽팽한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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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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