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벚꽃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3/25
몇년 전, 엄마와 양재천에 벚꽃 구경을 간 적이 있었다.
집이 양재천에서 가까워 걸어 갔는데  엄마는 다리가 안 좋으셔서 아주 천천히 걸어가야만 했다. 가다 쉬다 하는 바람에 보조를 맞춰 걷느라 답답하고 지루했다.
양재천에 도착해 보니 세상에나 ...벚꽃이 피어도 너무 많이 피어서  그냥 뭉태기로 피어있다고 해야 하나. 
하천을 따라 양 옆으로 끝없이, 줄지어 활짝 핀 벚꽃 터널은 정말 아름다웠고 장관이었다.
하천 중간에 걸려있는 다리 위엔 사람들은 잔뜩 모여  즐겁게 웃으며 사진찍기에 한창이었다.
나도 엄마께 사진을 찍어드린다고 했지만  엄마는 굳이 싫다고 하셨다. 
당신 늙은 모습을 찍기 싫다 하셨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꽃구경만 하고 돌아왔는데  저녁에 엄마가 느닷없이,  사진을 찍을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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