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니메이션이 내향인을 그리는 방법_<겨울왕국> to <봇치 더 락>

이요마
이요마 인증된 계정 · 이번에 요구한 건 내일까지 마감이야
2023/05/08
Aniplex 유튜브_<외톨이 the Rock> PV 영상 캡쳐
* 이 글에 언급되는 애니메이션 내용의 스포가 있습니다.

웃을 수 없는 유머로부터_인턴기자 주기자

2년 전, 회사 점심시간이었다. 우리 팀은 부장님의 차를 타고 식당으로 가는 길이었다. 여느때처럼 캐주얼한 스몰토크를 하는 분위기 속 그날의 화제는 쿠팡플레이 SNL의 '인턴기자 주기자'였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신입사원이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은 현재 누적 조회수 800만을 기록할 정도로 이슈가 되었다.
유튜브 쿠팡플레이 캡쳐
부장님은 "그거 재밌지 않았어요?" 하며 조수석에 앉은 내게 운을 띄웠고 뒷좌석에 앉은 동료들도 저도 그거 봤어요. 하면서 재밌다. 잘하더라. 공감된다. 같은 말을 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잠자코있었다. 내가 신경쓰였는지 부장님은 "요마씨도 봤어요?"라고 물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정색을 하고 말았다.

"저는 좀 기분이 나빴어요. 내향적인 사람들을 조롱하는 거 같아서요."

순간 아차 싶었다. 사람 무안하게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평소에 의견 표명을 잘 하지도 않던 사람이 새삼 그 개그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과민하게 반응했을까. 다행히 여차여차 다른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갔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아니 밥을 먹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나서도, 사실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나는 그 순간에 대해 생각한다.

캐릭터를 연기한 주현영 배우나 스몰토크를 한 부장님의 잘못은 아니었다. 배우는 연기를 잘했을 뿐이고, 회사 동료들은 그저 감상을 말한 것 뿐이니까. 다만 내가 발작적으로 반응한 까닭은 그 개그 때문은 아니었을 테다. 내향적인 사람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불쾌했던 경험들이 주기자 캐릭터와 오버랩 되면서 터져나온 것일 게다.

초·중·고, 대학과 군대, 짧은 회사 생활까지 거치며 돌이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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