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니메이션이 내향인을 그리는 방법_<겨울왕국> to <봇치 더 락>
2023/05/08
웃을 수 없는 유머로부터_인턴기자 주기자
2년 전, 회사 점심시간이었다. 우리 팀은 부장님의 차를 타고 식당으로 가는 길이었다. 여느때처럼 캐주얼한 스몰토크를 하는 분위기 속 그날의 화제는 쿠팡플레이 SNL의 '인턴기자 주기자'였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신입사원이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은 현재 누적 조회수 800만을 기록할 정도로 이슈가 되었다.
"저는 좀 기분이 나빴어요. 내향적인 사람들을 조롱하는 거 같아서요."
순간 아차 싶었다. 사람 무안하게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평소에 의견 표명을 잘 하지도 않던 사람이 새삼 그 개그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과민하게 반응했을까. 다행히 여차여차 다른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갔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아니 밥을 먹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나서도, 사실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나는 그 순간에 대해 생각한다.
캐릭터를 연기한 주현영 배우나 스몰토크를 한 부장님의 잘못은 아니었다. 배우는 연기를 잘했을 뿐이고, 회사 동료들은 그저 감상을 말한 것 뿐이니까. 다만 내가 발작적으로 반응한 까닭은 그 개그 때문은 아니었을 테다. 내향적인 사람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불쾌했던 경험들이 주기자 캐릭터와 오버랩 되면서 터져나온 것일 게다.
초·중·고, 대학과 군대, 짧은 회사 생활까지 거치며 돌이켜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