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 시작할 때 까불면 고생한다

백종민(한달살기)
백종민(한달살기) 인증된 계정 · 빕구르망 찾아서 한달살기 하는 여행가
2024/03/10
2023년 12월, 대만 타이중에서 경험한 한달살기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스쿠터 왕국에 도착하셨습니다. © 백종민

타이중 한달살기
#1-1 한 달 살기 시작할 때 까불면 고생한다.

12월 12일에 출국하는 우리에게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들었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가도를 달리는 중이었으니까요. 이렇게 한 소리 들을 줄 알았다면 개봉하자마자 볼 걸 그랬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비행기는 이륙했고 저는 이번 여행의 모든 과정이 순조로울 거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2006년부터 대만에 여러 차례 왔고 타이베이, 타이난, 가오슝에서 한 달씩 살아보기도 했으니까요. 거기다 저는 중국어도 할 줄 압니다. 네. 전 중국어 능력자입니다. 하하하. 거칠 게 없는 여행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저의 자신감은 착륙 전부터 작은 균열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대만 상공에 다다른 비행기는 하늘에서 다섯 바퀴나 선회하더라고요. 항공 사고 영화를 너무 많이 봤던 지 엔진 고장이나 장비 문제로 비상착륙 직전에 기름을 소진시키려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불행은 내 것이면 안 되니 이내 ‘지진이 났나?’라고 생각을 고쳐먹었죠. 워낙 지진이 많이 나는 땅이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대만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즐겁지만 크게 한숨을 쉬고 지진을 만날 각오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비행기는 안전하게 착륙했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강풍 때문에 착륙을 못했다고 하더군요.

하늘에서 뜻하지 않은 구름 구경하느라 점심시간이 크게 지났고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한 탓에 기내식도 먹지 못했습니다. 2시간 30분 거리인데 기내식을 선택하기 보다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현지 음식을 맛보고 싶었습니다. 그럼 더 맛있는 첫 끼가 되니까요. 시내 식당까지 가기에는 너무 허기가 져서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자마자 지하층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타오위안 공항이 작긴 하지만 필요한 건 거진 다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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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전세계를 여행하며 50여회 한달살기를 했습니다. 그 경험을 중앙일보 '10년째 신혼여행'이라는 여행칼럼으로 풀고 있습니다. 요즘은 현지에서 빕구르망 찾아가 맛있는 한 끼 먹는 게 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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