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3/20
   
새해 아침에
   
   
박선욱
   
   
당신과 내 앞에 드리워진 시간은
길고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헤어진 뭇 영혼의 상처 위에
강물처럼 세월이 흐르고
저마다 키보다 높이 자란
가슴 속 그리움만 수런거릴 때
기억의 창문에 아득히 부서지는
보리밭도 신작로 옆 조약돌도 다만
불빛 몇 점으로 남아 흔들릴 뿐
아직껏 실오라기 햇살도 없는
길고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그러나 보세요
우리들의 발빝에서 언땅이 풀리는 것을
어머니의 젖가슴에서 새생명을 얻는
아기와 같이
얼음 사이로 개울물 흐르는 것을
아름다운 봄에 화인이 찍히고
그예 노도와 같이 타올라 일렁이던
그 사랑의 숨결 벅찬 뜨겅움으로
당신은
여름 내내 아아 가을 저물도록
내 온몸에 불꽃으로 날아왔지요
밤새 싸락눈 내려
온 세상 새하연 눈꽃으로 덮인 뒤
비로소 불러봅니다 당신의 이름
내 일상의 푸구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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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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