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1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3/17
   
   
광주 1
   
   
박선욱
   
   
바람에
매운 채찍 바람에 산산이 흩어져
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는
꽃다운 아이
다섯 살박이나 될까
거적에 덮인 채 싸늘히 식은 이마엔
계엄의 미친 총성 회오리로 맴돌아
꿈이었으면
눈부신 오월, 향불로 피어오르던 햇살
깨어 몇 날을 뜬눈으로 지샌 밤마다
또렷이 빛나는 별들 가슴에 박혀
꿈이었으면
가시나무 삭정이 거친 들판 태우는
가없는 어둠의 바다 유황불로 치솟아
총검 으스러뜨리는 뜨거운
노래였으면
   
   
◆ 詩作노트 ◆
   
1980년 5월에 있었던 광주민중항쟁은 고난과 오욕으로 점철된 현대사를 찬란히 빛낸 봉화불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는 그 무렵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어느 아이를 소재로 하여 쓴 것인데, 나는 여기서 무엇보다도 생명의 존엄성을 비석처럼 깎아 세우고 싶었다. 그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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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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