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과 나의 평행 우주 - ‘일곱해의 마지막‘ 독후감

이효근
이효근 · 정신과 의사
2024/04/09
1.
내 삶이라고 곡절과 사연이 어찌 없었으랴만.

그래도 내 삶은 비교적 안온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딱히 걱정이 없고 대단히 평화로워서가 아니라, 그래도 이 정도면 뭐 안온한 것 아니야? 싶은, 그런 삶. 
이것은 아마도 내가 인생의 다른 목표, 그러니까 혁명이라거나 우주 정복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포기하더라도, 안온한 삶만은 놓치고 싶어하지 아니 하는 소극적 인생관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란 것이 제일 큰 이유일 것이다. 
아니면 뭐, 사실은 별로 안온하지 않은 삶이라도 ‘아아 안온하다 안온해 이 어찌나 안온한 삶인지’라며 끝끝내 정신승리할 수 있는 자기기만의 능력자이기 때문일런지도.
하여간, 이만하면 충분히 안온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있고, 직장과 수입이 있고, (적어도 아직은) 건강하니까. 
2.
가끔 생각한다. 내가 모르고 지나간 과거의 어느 한 때, 별 생각 없이 고른 선택 하나가, 어쩌면 이 안온한 삶의 절대적 계기가 되진 않았을까 하고. 
별일 없이 지나갔기 때문에 현실의 나는 그런 선택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하지만, 어쩌면 다른 선택을 했던 다른 평행 우주의 내가 평생을 두고 후회할 수많은 삶의 변곡점들. 그 중에 무엇 하나라도 내 삶을 철저하게 짓뭉갤 수 있었던 그 선택들 중에 오로지 운이 좋아 지금의 나는 이 평행 우주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 변곡점은 직업의 선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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