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써서 먹고사는 삶] 5. 퇴고하는 법

김신회
김신회 인증된 계정 · 전업작가. 개와 살며 글을 씁니다.
2024/04/11
글쓰기를 요리하기로 비유하자면 초고는 장 봐온 식재료들을 잘 씻어 조리대에 늘어놓은 상태, 퇴고는 준비해 둔 재료들로 본격적으로 요리를 만드는 일이다. 퇴고를 어디까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푸드 스타일링마저 훌륭한 요리가 완성된다. 

나는 평소, 초고는 아무 생각 없이 휘몰아치듯 쓰는 편이라(에세이의 경우, 30분 만에 원고 한 편을 완성할 때도 많다) 퇴고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초고는 글쓰기의 즐거움만을 느끼며 작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에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쓰다가 잘 풀리지 않으면 포기할 때도 많아서 초고 단계에서 버려지는 원고도 꽤 된다. 
그렇기에 어찌저찌 200매 원고지 10장 이상(A4로 따지면 약 한 장)을 채운 원고는 기나긴 퇴고의 과정을 거친다. 나에게 있어 퇴고는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운다’의 과정, 미리 계산하거나 체크하지 못한 것들을 울면서(!) 수습하는 단계다. 

사람마다 퇴고하는 방법은 다르고, 무엇이 옳은지도 알 수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글이 다 다르듯 각자에게 잘 맞는 초고 쓰기와 퇴고의 방법은 따로 있다. 오늘은 내가 퇴고할 때 신경쓰는 부분을 소개한다. 
   
1. 문단 나누기 
글을 다듬는 데 있어 문단 나누기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나의 경우 한 문단에 너댓 문장, 길게는 여섯 문장을 넘지 않도록 배치한다. 간단히 말해, 한 문단에서는 하나의 이야기만 한다. 문장과 문단이 동시에 길어지면 독자로서는 글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고, 작가로서는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워진다. 글에서 길을 잃는다고 할까. 
그래서 가급적 하나의 이야기로 문단을 꾸린다. 이야기가 바뀌면? 문단을 바꾼다. 이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기승전결 있는 글을 완성하게 된다.
   
2, ‘나’ 빼기 
‘나의 이야기’를 쓰는 에세이 장르에서는 특히 ‘나’라는 표현을 많이 쓸수록 독자와 멀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에세이는 이미 한 개인의 이야기인데 ‘나’, ‘나의’, ‘내’ 등의 단어를 강조한 글을 읽을 때 독자는 ‘이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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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간 에세이를 써왔으며 1인출판사 [여름사람]을 운영합니다. 지은 책으로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튼, 여름>, <나의 누수 일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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