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를 위하여 ㅣ 내용이 스타일을 결정해야 한다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2/03
멋진 문장만으로도 황홀을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독자인 나는 멋진 문장에 밑줄을 그어 작가에게 화답을 보내고는 했다. " 작가여, 가시는 길에 영광 있으라. " 하지만 이제는 탐미와 미문보다는 태도와 입장을 보게 된다. 영화라는 장르도 마찬가지다. 황홀한 롱테이크와 화려한 미장센 그리고 미학과 추상보다 중요한 것은 감독의 태도와 입장이다. 모든 기교를 다 덜어내고 사물의 본질에 침착하는 드레이어와 브레송의 영화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 어떤 간결한 숭고 " 가 있다. 중요한 것은 기교가 아니라 태도다. 
켄 로치의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난하고 외면받는 하층 노동자에게 보내는 일관된 태도와 입장 때문이다. 켄 로치의 영화 스타일은 투박하고 건조하며 직설적인데 그것은 영국의 노동자 계급이 투박하고 건조하며 직설적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기교를 뽐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카메라에 담은 인물보다 겸손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관객을 가르치려들거나 억지로 교훈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할 뿐이다. 그는 자신의 영화론을 이야기할 때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내용이 스타일을 결정해야 한다. 카메라와 스타일은 기록하는 대상과 사태보다 중요해져서는 안 된다
켄 로치는 영국을 대표하는 감독이다. 그는 마가렛 대처 정권에 저항한 상징적인 감...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815
팔로워 298
팔로잉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