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ㅣ 팬티와 양말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2/02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다
- 쇠렌 키르케고르



여성이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팬티가 아니라 양말'이(라고 한)다. 진료대에 눕기 전에 팬티는 이미 벗은 상태이기에 의사와 간호사에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치대에 걸친 양말의 발바닥 상태인 것이다.  산부인과 진료실만큼 발바닥이 이토록 적나라하게 타인에게 폭로되는 곳이 또 있을까 ?  발바닥을 보여준다는 것은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내가 아는 사람은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때에는 여분으로 항상 새 양말을 준비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속옷의 청결에 신경을 쓰느라 양말은 신경도 안 썼는데 진료대에 눕고 나서야


지금 신고 있는 양말이 지저분하다는 사실에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공황 장애가 있는 사람은 팬티에 신경을 쓴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길바닥에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래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상상. 나는 항상 외출을 할 때 양말보다는 팬티에 신경을 쓴다. 낡은 속옷을 타인에게 들킨다는 것은 부끄러우니깐 말이다. 어쩌면 알몸뚱이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더러워진 속옷인지도 모른다. 간밤에 꿈을 꿨는데 내가 있는 건물에 불이 났다. 건물 밖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방송사 기자들이 몰려와 취재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꿈이란 요상해서 불길에 내 겉옷은 홀랑 타고 팬티만 남은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속옷이 거지발싸개처럼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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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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