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안락한 자살, 또는 안락한 여행

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4/08/07
안락한 여행. 고성수


딸깍. 손가락 끝으로 지그시 눌러 현재의 삶을 끝내는 스위치가 가까이 있다면 인간의 죽음은 더 이상 뉴스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죽음이 여전히 인간들 모여 사는 곳의 주요 뉴스인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쉽고 흔하다면 그만큼 관심에서 멀어진다. 공기, 햇볕, 또는 빗물처럼 보이지 않아서 느껴지지 않거나 너무 당연해서 귀찮거나 되도록 피하고 싶거나 간단히 가릴 수 있으니까. 죽음은 비일비재하지만 여전히 내 일 같지 않으며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있지만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생존에 대한 사회화되고 학습된 애착. 사람들은 탄생 이후의 모든 것을 모조리 감각하고 경험하고 반응하고 있어서 뭔가 알고 있는 것 같고 그에 대한 감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이야기를 퍼뜨리고 공유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 과신한다. 보이는 삶을 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에게 지위를 부여한다. 나는 삶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있어. 죽음은 어떤가. 죽음에 대한 태도는 결코 삶과 같지 않다. 삶과 죽음을 공존의 영역으로 묶으려는 시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아주 다양하고 여러 차례 있어 왔지만 여전히 인류는 삶과 죽음을 동일한 비율로 섞어 믹서기에 돌리지 못한다. 잘 갈아서 한 컵으로 내놓지 못한다. 무지가 이렇게 무섭다. 죽음은 무지이자 두려움이며 누구도 자신 있게 떠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죽음의 전문가는 없다. 장례지도사, 목사, 스님 등등이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제약회사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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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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