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표면장력

토마토튀김
2024/09/03
눈물의 표면장력. 이목하의 작품. 페이스북에서 이 그림을 발견하고는 이목하가 누구지... 하고 찾아보다가 인스타 들어가서 정말 반해버렸다.


보석 같은 순간을 포착하고, 지나간 것의 해괴함, 괴이함, 초라함을 안아 확대하고... 화가는 손으로 그림만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연마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사진가도 마찬가지.

***
지금 그림 안의 여자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상상해 봤다. 갑자기 30대 젊은 시절, 회사에 다니면서 직장 생활하던 때가 떠올랐다. 한 마디로 참 답 없던 시절. 나는 철이 아주아주 늦게 들었던 터라, 나의 젊은 때를 생각해 보면 거의 무뇌아 수준, 머릿속에는 우동사리나 가득 찬 수준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요즘 오디오북으로 한참 듣고 있는 <세이노의 가르침>에서는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20대, 30대에 들으면 좋을 이야기들이 그야말로 매 줄마다 우르르 쏟아진다. 운 좋게 타고나서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와 아빠가 재벌, 준재벌 급이어서 대기업이나 유서 깊은 사업장을 물려받는다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맨주먹으로 우뚝 일어선다. 아니다, 우뚝이나 일어서면 말이라도 안 하지, 요즘은 더더욱 취직하기도 어렵다고들도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덜컥 대학원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대학 시절에 공부를 잘해서 간 거냐? 그것도 아니었다. 계속 딴 데(뭐겠는가? 연애지...)에 정신이 팔려서 과가 법학과, 엉덩이로 공부한다는 법학과인데 좋은 성적을 거둘 수가 없었다. 뿐인가. 지금이야 구두쇠가 다 되었지만 그때는 씀씀이까지 헤프고, 여우 같은 사람이 못 되는 지라 연애에 적잖은 돈이 깨져서 늘 주머니는 비어 있었다. 그렇게 알바는 알바대로 해야 할 형편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비장하게 다음 학기 학비를 버느라 학업에 열중할 수 없었다는 그간의 나의 핑계는 말 그대로, 조금은 화려한 크림이 얹힌 컵케잌과도 같은 핑계고, 노...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음식을 먹으며 글을 씁니다. 에세이집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를 발간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씁니다.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157
팔로워 219
팔로잉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