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처음이라] 2. 단잠을 자고 싶다
2024/07/28
만약 지금 당장 회사를 관둘 수 있다면, 무얼 하고 싶은가?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여행? 호캉스? 맛집? 다 필요 없어. 나는 오로지 '잠'이 자고 싶었다.
내 방에 조용히 돌아와 늘어지게, 푹푹 자고 싶었다.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침도 흘리고, 얼굴에 베개 자국도 내면서. 노곤노곤 녹아버린 몸이 침대를 뚫고 바닥까지 흘러버리게. 그렇게 아주 오질 나게 자고 싶었다.
한동안 주말에도, 심지어는 휴가 때도 깊은 잠을 못 잤다. 운동을 가열차게 한 날에는 잘 잤지만, 그건 잠이라기보다 기절에 가까웠다. 솔솔 오는 졸음을 맞이하며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버리는, 그런 다디단 잠을 자본 지 언제인가.
그러고 보면 잠에 대한 나의 갈망은 나름대로 뿌리가 깊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겉으로 티가 나지 않으나 몸이 슬며시 반응하는 타입이다. 잠이 잘 오지...
2016년 한 영화잡지사에서 영화평론가로 등단.
영화, 시리즈, 유튜브.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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